이성호 목사<산타클라라 한인연합감리교회>
미국 대통령 선거를 보면서 민주적인 과정과 절차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게 됩니다. 부시와 케리가 누가 더 미국 대통령으로 적합한 인물인가 하는 실질적인 판단은 하나님만이 하실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공정한 절차와 과정을 거치는 것에 충실하는 것으로 할 도리를 다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아는 속담에 모로가도 서울만 가면된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 민족의 마음 속에 과정이 어떻든지 결과만 좋으면 모든 것이 합리화되고 정당화 된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부추기는 것 같아서 제가 좋아하지 않는 속담입니다. 서울을 못가는 한이 있어도 모로 가서는 안된다고 하는 것이 법치주의 정신이자 민주주의 정신이고 또한 신앙 정신입니다.
신앙은 바로 이런 것입니다. 세상에서 출세를 못하는 한이 있어도 뇌물을 주고 정치는 하지 않겠다. 세상 에서 성공을 못하는 한이 있어도 죄를 짓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것입니다.
신앙인이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것은 절차와 과정입니다. 그리고 결과는 하나님께 맡기는 것입니다. 신앙이 없는 사람들도 이런 자세를 가르켜 盡人事 待天命 (사람이 할 도리를 다 한 후에 결과는 하늘의 뜻을 기다리는 것이다)라고 합니다.
이번에 저희 교회에서도 장로님들과 권사님들을 추천하고 투표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저희 교회에서는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최우선으로 두고 추천 과정을 거쳤습니다. 이 절차를 간단히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1단계로 모든 교인들이 누구나 자격있는 사람을 추천하게 해서 추천장이 200 장 이상이 들어왔습니다. 2 단계로 그 추천장을 심사위원들이 다 읽었습니다. 이 심사 위원들이 교인 총회에서 직접 투표에 의해 선출된 사람들입니다. 3 단계로 심사위원들이 모여서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해 그 분이 과연 이런 직에 추천될만한 분인가를 심사하고 투표했습니다. 그래서 10 분의 심사위원의 3분의 2가 넘는 7 분 이상 이 찬성하는 권사님들이 장로님으로, 과반수 넘는 5분 이상되는 분들이 찬성하는 집사님들이 권사님으로 추천되었습니다. 4 단계로 이렇게 추천된 분들을 담임목사인 제가 직접 면담을 해서 본인의 수락 여부를 묻고 본인의 신앙 생활 여정을 들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최종 선정된 후보들이 교인 총회에 추천되었습니다. 교인 총회에 이분들을 추천하면서 심사위원들이 왜 이분들을 추천했는지 객관적이 자료를 제시하기 위해서 소개하는 프로파일을 담은 책자를 나누어 드리고 2 주간 읽어 본 후 투표 당일날 투표하여 장로님과 권사님을 선출하게 됩니다. 이 5 단계를 거친 후에 선출된 분들과 공부를 하고 지방회에서 시험을 치는 것이 6 단계입니다. 그리고 이 6 단계가 다 통과되어야 교회에서 장로와 권사로 임명됩니다.
제가 이렇게 우리 교회 지도자들 선출 과정을 공개하는 것은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검증받기 위해서입니다.누가 정말 신앙이 좋은지는 하나님만 아십니다. 선출된 분들보다 더 신앙이 좋은 분들이 선출이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교회에서 지도자를 선출하는 과정이 담임 목사 한 사람의 입김에 좌우되지 않고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절차를 거쳤다고 하는 평가를 받기 위해서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민주화가 늦게 진행된다는 교회에서도 민주적인 절차와 합리적인 과정이 존중될 수 있고 실천될 수 있다는 것을 우리 교회에서 보여준 것에 대해 성도님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앞으로 교회가 세상의 민주화를 선도해 가고 법치주의와 합리주의를 인도해 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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