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운업체들 각종협찬 요청에 골머리
일부 “경품내노라”으름장
사용처도 안밝히기 일쑤
건강 보조 식품 관련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L사장은 사진을 잘 찍으려 하지 않는다. 얼굴이 흉해서가 아니라, 사업 시작할 무렵 얼굴이 알려져 좋지 않은 일을 많이 당해서다.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낯선 사람들이 연말 즈음 신문에 실린 자신의 사진을 오려와 “돈도 많이 버시는데 좋은 일에 기부 좀 하라”며 ‘생떼’를 썼었다.
L사장은 “처음 한두 번은 흔쾌히 응했지만 나중에는 회사 현금 흐름에 지장을 줄 정도로 ‘준조세’가 많아져 곤란했었다”며 “이제는 아예 개인적인 사진도 피할 정도”라고 말했다.
본격적인 연말 샤핑 시즌 시작을 한달 앞두고 한인타운 업체들도 “올해는 연례 골칫거리가 좀 줄려나”하면서 긴장하고 있다. 업체들은 연말이 되면 쏟아져 들어오는 각종 협찬 요청에 골머리를 앓기 때문이다.
L사장은 “건강 보조 식품을 팔아서 그런지 11월초부터는 여러 복지단체와 선교단체에서 ‘경로 잔치를 여는 데 불우한 노인들에게 건강이 도움이 되는 식품 좀 기부하라’는 부탁이 많이 들어온다”며 “돌봐주는 자식들이 없어 쓸쓸히 지내시는 노인들을 돕는다면 기꺼이 협찬에 응하지만, 사용처를 제대로 밝히지 않는 정체불명의 유령 단체도 많다”고 말했다.
한 전자제품 업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 회사 J실장은 “가격이 얼마인지도 모르면서 무조건 TV, 냉장고 등을 경품으로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누구는 협찬하면서 누구는 하지 않느냐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몇 년 전부터는 연말 행사 스폰서를 전혀 맡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협찬을 거절하면 ‘당신 회사 비리를 폭로해서 장사를 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험한 말을 하는 단체도 있다”며 “그러나 다행히 이런 사람들은 최근 들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생활용품 업체의 매니저인 C씨는 “10월말부터는 웬만하면 개인적인 모임에도 나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며 “도움을 청하는 처지에서는 한 번이지만, 여러 군데에 줘야 하는 우리로서는 이만저만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한 마켓의 K매니저도 “물품과 현금을 요청하는 비율이 반반 정도 된다”며 “학교 연말 파티 등 특정 개인만을 위한 행사는 돕지 않고 정말 한인 커뮤니티 전체에 도움에 되는 행사에만 협찬한다는 내부 방침을 정해두고 있다”고 말했다.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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