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요한 바오로 2세(84)는 내년초 출간될 새저서에서 공산주의는 신이 20세기에 선(善)의 등장을 위한 전단계로 허용한 `필요악’이라고 말한 것으로 밝혀졌다.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공개돼 이탈리아의 리졸리 출판사가 발췌록을 공개한 `기억과 정체성’(Memory and Identity)은 교황이 지난 1993년 여름 폴란드인 철학자
들과 폴란드어로 나눴던 일련의 대화를 엮은 책이다.
그 중 한 장(章)에서 교황은 모국 폴란드에서 겪었던 나치와 공산주의 통치를 회상하면서 삶과 역사에서 악의 의미를 되새겨보고 있다. 그는 “나는 `악의 이데올로기’가 빚어낸 현실을 직접 체험했으며 이것은 내 기억 속에 지워지지 않고 남아있다”고 말했다.
1978년 교황에 전격 선출된 후 폴란드 공산정권 붕괴에 기여한 것으로 알려진 교황은 자신이 낙천적인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공산치하에서는 한때 비관론에 빠지기도 했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내가 보기에 공산주의는 나치즘보다도 더 오래 갈 것 같았다. 얼마나 오래 갈 지, 그것은 예측하기가 어려웠다”고 술회했다.
그는 “이같은 악은 어떤 면에선 이 세상과 인류를 위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실제로 어떤 상황에서는 악이 선을 위한 기회를 만드는 방식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일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많은 역사학자들은 교황이 지난 78년 피선 직후 폴란드 자유노조를 지원함으로써 동유럽 최초의 자유 정부가 태어나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
교황은 또 나치즘을 `짐승과 같은 것’이라고 규정하고 “신은 나치즘에 12년간 존재할 것을 허락하셨다. 이는 분명 이처럼 어리석은 짓에 대해 신의 섭리가 허용한 한계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유럽을 휩쓴 악의 전체적인 규모를 파악한 사람은 많지 않았으며 진앙에 살고 있던 사람들조차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거대한 악의 분출에 통째로 삼켜졌다”고 회고했다.
그는 “전쟁중 나치즘이나 그 후 동유럽을 지배한 공산주의 모두 자신들이 저지르고 있는 짓을 여론으로부터 감추려고 애썼다. 서방세계는 오랫동안 유대인 말살행위를 믿고 싶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노환으로 아마도 교황의 마지막 저서가 될 지 모르는 `기억과 정체성’은 과거의 다른 저서들처럼 베스트셀러가 될 것으로 보이며 인세는 자선기금으로 쓰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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