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분이 저에게 질문하셨습니다. “목사님, 스포츠 경기에서 일본에게 이기면 하나가 되어 기뻐하는 우리 국민이 왜 일본에게 36년간 지배당하고 지금도 경제적으로 뒤져 있습니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저의 대답은 바로 한 가지, 우리는 저를 포함해서 너무 ‘기분파’이기 때문입니다. 기분이 좋고 신바람이 나면 우리는 세계를 이길 것 같이 하나 됩니다. 기분이 좋지 않으면 친구에게도 등을 돌립니다.
기분이 좋으면 부모님들이 자녀들이 TV를 하루 종일 보아도 “그래 기분이야!”하고 봐주다가도 기분이 좀 나쁘면 TV 10분 정도 봤다고 “너 이러다가 뭐가 되려느냐”고 구박을 줍니다.
한국에서 주한 미군이 빠져나가고 일본이 아시아 방위의 최고 사령탑이 되어가는 모양입니다. 그래도 일본은 기분 좋다고 표현하지 않습니다. 표정 관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너무 순박하고 나이브한 민족성이 있기에 금방 울었다 금방 웃고, 아파트가 무너지고, 다리가 무너지면 온
나라가 들끓다가 한 3개월쯤 지나면 아예 잊어버립니다.
지난 8월 그리스 올림픽 축구에서 한국과 파라과이가 4강을 놓고 겨루던 날 기도원에서 아내와 금식 기도 중이었습니다. 그런 게임이 그 시간에 있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기도원에 단체로 온 청년들이 점심 식사 도중 큰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들은 기도원에 수련회를 와서도 축구를 못 잊어 라디오를 통하여 중계를 듣고 있었습니다. 축구와 나라를 사랑하는 열정은 깊고 높은 산 속의 기도원에도 충만했습니다. 2년 전 월드컵의 열기를 우리는 지금도 기억합니다.
경기에 이기는 날 음식점들은 모두 공짜였습니다. 이렇게 기쁜 날 기분인데 가만있을 수 있느냐고 고객에게 돈을 받지 않은 한국인은 정녕 기분파들 입니다. 일부 회사에서는 밤새워 빨간 눈을 하고 출근한 직원들에게 지난밤에 이겼는데 근무 시간에 좀 자던지 찜질 방에 가도 괜찮다고 허락했답니다.
한국인은 분명 기분파 입니다. 그러나 기분으로 사는 사람은 원리대로 사는 사람을 이기지 못합니다. 기분에 따라 한 순간을 사는 사람은 계획성을 가지고 찬찬히 돌다리도 두드려 가는 사람을 이기지 못합니다. 이제는 기분도 좋지만 원리대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기분대로 공
짜 음식 대접하는 것이 아니라 힘들게 사는 사람들을 도와야할 원리가 있기에 공짜로 대접했으면 좋겠습니다.
원리대로 살면서 기분도 낼 줄 아는 국민이 일등 국민일 것입니다. 우리 이민자부터 그렇게 살아봅시다. 오늘도 에셀 나무를 심으며...
글 : 호성기 목사(필라 안디옥 교회 담임)
삽화 : 오지연(일러스트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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