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서 천당으로’
17일 오전(LA시간) 그리스 테살로니키에서 열린 올림픽 축구 A조 3차전 한국-말리 전의 관전평이다. 후반 10분까지 0-3으로 뒤지다가 내리 3골을 터뜨려 드라마 같은 무승부로 끝난 경기에 LA 한인 축구팬들은 10년 묶은 체증이 내려가는 것 같은 통쾌함을 느꼈을 것이다. 비기기만 해도 A조 2위로 8강전에 진출할 수 있었던 한국은 경기초반 소극적인 경기운영으로 전반에 2골을 허용하고 후반 10분에 또 세 번째 골을 허용했다. 0-3. 모든 것이 끝나는 것 같았다. 특히 같은 시간 A조 경기에서 멕시코가 그리스를 1:0으로 이기고 있어 상황은 더욱 절망적이었다.
이때 한인타운 식당이나 호텔 커피샵 등에 모여 경기를 관전하던 한인 팬들 가운데 일부가 자리를 떴다고 한다. 누가 보기에도 경기가 이미 끝났고 8강 진출은 ‘물 건너갔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때 자리를 뜬 한인 팬들은 평생을 두고 후회할 일을 했다. 한국은 후반전 8분 동안 조재진의 헤딩 슛 2개, 상대 수비수의 자책 헤딩 슛등 무려 3골을 터뜨려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기 때문이다. 경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한 한인은 “지옥과 천당을 오가는 것 같은 경험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한국은 종료 9분전 3-3 동점상황에서 말리의 공세에 골대를 맞는 위기의 순간도 있었지만 경기는 무승부로 끝나 천신만고 끝에 올림픽 출전 56년만의 8강 진출 쾌거를 이룰 수 있었다.
어떤 드라마나 소설도 이보다 더 극적일 수는 없을 것이다.
한국 축구가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우리 생활 가까이로 더욱 가까이 다가온 느낌이다. 지난 2002년 한국은 기적 같이 폴란드,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의 축구 강호를 연파하고 월드컵 4강에 진출, 한국 축구의 저력을 전 세계에 떨쳤다. 미주 지역에 사는 한인들도 윌드컵 응원을 통해 오랜만에 두고 온 조국과 공동체 의식을 느끼는 좋은 계기가 됐다.
본국의 한인들은 한국 축구의 8강 낭보에 무더위로 인한 짜증과 경기침체로 인해 가라앉은 분위기가 오랜만에 다시 살아나는 분위기라고 한다. LA에서도 한인타운의 요식업소를 중심으로 올림픽 경기가 살아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 요식업소는 한국이 4강 진출시 테이블당 만두 나 김밥을 서비스로 제공하겠다고 나서는 등 올림픽 특수를 노리고 있다. 타운의 한 한인은행도 지난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나라은행이 한국의 8강 진출을 기념해 800명의 신규고객에게 8가지 혜택을 부여하는 8강 계좌를 내놓고 중앙은행이 월드컵 적금을 내놓은 것처럼 올림픽을 이용한 금융상품을 내놓을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 축구는 정말 알다가도 모를 도깨비 같은 구석이 있다. 모든 것이 끝난 것 같은 절망적인 순간에도 좌절하지 않고 끝까지 투혼을 발휘해 기적을 연출하는 힘이다. 지난 월드컵 8강 진출 때도 이탈리아에 먼저 1골을 내주고 후반 종료 직전 동점골을 터뜨린 후 연장전에서 안정환의 헤딩골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둔 바 있다. 이처럼 절망적인 상황에서 희망을 잃지 않고 기적을 연출하는 부분이 우리 생활에 큰 활력소를 준다.
LA 한인사회는 지난 월드컵 당시 1만여명이 넘는 한인들이 꼭두새벽에 한국과 터키의 3, 4위전을 응원하기 위해 다운타운 스테이플스 센터에 모여 ‘대한민국’을 외친 일을 기억할 것이다. 당시 목이 터져라 ‘대한민국’을 외치면서 LA 한인사회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한국 축구를 통해 하나되는 공동체 의식과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을 느낄 수 있었다.
월드컵 대표팀보다 젊은 파워로 이뤄진 한국 올림픽 축구 대표팀이 이번에도 월드컵 대표팀보다 더 큰 일을 내기를 기대해본다. 이번에는 파라과이 등을 제치고 결승전에 진출한 한국 올림픽 축구 대표팀의 경기를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대형 스크린으로 보면서 함께 응원하는 장면을 지금부터 즐겁게 상상해 본다.
오! 필승 코리아
박흥률 경제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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