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히아와의 ‘한국전박물관’이 개관 6개월만에 결국 문을 닫았다.
로컬언론은 처음부터 이 박물관에 관심을 갖고 보도했다. 이 박물관이 지역언론의 주목을 받은 이유는 ‘국립한국전박물관’이란 이름 때문이다.
물론, 이는 박물관 건립자 개인이 붙인 것이지만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박물관이 건립되자 일부 참전용사들은 본토에서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방문했고 자신의 소중한 한국전 소장품을 기꺼이 내놓는가 하면, 허름한 창고 전시관 수준의 이 곳을 한 참전용사는 세계 제일의 한국전박물관이라고 호평하기도 했다. 이는 ‘한국전쟁’의 의미가 참전용사와 미국사회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잘 보여주는 예이다.
물론, 졸속으로 건립된 이 박물관은 이곳을 찾았던 사람이라면 한번쯤 해보았음직한 예상대로 얼마 안돼 폐관됐지만 우리는 이번 일을 계기로 중요한 교훈 하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자칭 ‘한국전박물관’의 폐관은 참전용사와 가족들의 가슴에 또 한번 상처를 남기는 결과를 초래했다.
칼리 코피케란 개인이 어떤 의도로 이 박물관을 건립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건 개인이 ‘한국전쟁’이란 명분을 내세워 이같은 일을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은 반세기가 지나도록 제대로 된 국립한국전박물관이 미국에 없었기 때문이다.
즉, 코피케라는 사람이 추진할 수 있었던 한국전 박물관을 우리 한인들은 50년 넘게 생각지 못했고 한국전쟁의 상흔과 교훈을 후세에 전해야 하는 역사적 소명을 소홀히 한 우리들의 탓이 큰 것이라 생각한다.
‘한국전쟁’이란 비극적 역사를 잊지 말아야 하는 역사적 주체는 분명 한국인이다.
미국은 한국전쟁에서 자신들의 목숨을 아끼지 않고 참전해 준 혈맹국가중의 하나이다.
미주이민백년 역사를 자랑하고 미주 한인 2백만명 시대를 맞은 지금, 주요 도시 곳곳에 한인 소유의 상업건물은 많아도 정작 대한민국 자유수호를 위해 희생한 수십만명의 참전용사와 이들의 희생의 값진교훈을 후세에 전하기 위한 제대로 된 한국전기념 박물관이 없다는 것은 한번쯤 되 새겨 볼만한 일이다. 한국인들에게 한국전 추모행사 의미가 퇴색해 가는 요즘, 우리가 한국전쟁에 대해 계속 방관하는 자세로 일관한다면‘와히아와 한국전박물관’과 유사한 일이 또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이번 일을 계기로 지금이라도 전쟁의 주체인 우리가 앞장서 미국내 한국전 재향군인들의 뜻과 지지를 모아 미전국에 흩어져 있는 한국전 관련 자료를 수집해 보관, 전시하고 또 2세들의 교육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한국전박물관 건립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김현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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