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제용씨 구조받은 피터 누엔, 직장동료를 통해 수소문
전 선장 은혜 갚고자 어려운 사람 돕는 간호사 길 택해
2년뒤 은퇴하면 부산 방문할터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보다 캡틴 전을 만나는 열흘 남짓 남은 날까지의 시간이 더 길게 느껴집니다. 만나면 무슨 말부터 해야될 지 모르겠어요”
피터 누엔(60·간호사)은 요즘 잠을 제대로 자본 기억이 없다. 그래도 그는 즐겁다. 자신의 가족을 포함한 96명의 베트남 난민들에게 새 삶을 안겨준(본보 30일자 A19면 참조) 전제용(64·양식업)씨가 자신의 초청으로 19년 만에 LA를 방문하기 때문이다.
누엔 가족을 포함한 96명의 베트남 난민들은 지난 85년 공산화된 조국을 뒤로한 채 무작정 목선에 몸을 실었다. 중국 남쪽 망망대해를 표류하던 그들은 그 해 11월 당시 참치잡이 원양어선 ‘광명 87호’ 선장 전씨에 구조돼 부산 적십자사 난민촌에서 2년 간 머무르게 된다. 그 뒤 그들은 미국을 비롯해 호주, 프랑스 등 세계 각지로 흩어졌다.
누엔은 가족을 부산에 남겨둔 채 필리핀을 거쳐 87년 12월 혼자 미국에 왔다. 영어를 못했던 그에게는 모든 것이 막막했다. 다행히 사회보장 프로그램 덕택에 간호사 교육을 받을 수 있었고 미국 생활에 조금씩 적응하기 시작했다. 그리곤 5년 뒤인 92년에서야 온 가족을 미국으로 데려올 수 있었다.
누엔은 87년 미국에 온 이후 전씨를 단 한번도 잊어본 적이 없다. 그를 꼭 다시 만나고 싶었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다만 온 가족이 모이는 일요일마다 그를 다시 만나게 해달라는 기도하는 일이 전부였다. 그러던 중 누엔은 직장 동료인 김순자씨가 한국을 방문한다는 소식에 김씨에게 도움을 청했다. 김씨는 한국 방문기간 동안 수소문 끝에 지난 2002년 전씨가 경남 통영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아낸다. 그후 누엔과 전씨는 10여 차례 편지를 주고받았으며 누엔의 초청으로 이번 만남이 성사됐다.
누엔은 자신이 받은 은혜를 다른 이들과 나누고자 노력 중이다. 누엔은 일주일에 두 번 아침마다 독거 노인들을 위해 음식 배달을 한다. 벌써 6년째다. 외로운 노인들을 위로하기 위해 전화로나마 말동무를 자청한 것도 4년이나 됐다.
“간호사라는 직업을 택한 것도 어려운 이들을 돕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지금의 저도 캡틴 전의 순수한 박애정신 덕분이잖아요. 제 심장이 멈추는 그 날까지 봉사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그는 아프리카에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소년 가장도 돕고 있다. 케냐에서 온 직장 동료의 제안에 의해서였다. 큰 도움은 되지 않겠지만 남을 도울 수 있다는 것만으로 그는 늘 행복하단다.
누엔은 2년 뒤에 은퇴할 예정이다. 그리고 부산을 꼭 가볼 작정이란다. “건강할 때 아름다운 추억들이 흩어져 있는 부산이 어떻게 변했는지 보고 싶어요. 물론 캡틴 전 가족과 즐거운 시간도 가질 거구요. 그리고 제가 후원하고 있는 소년 가장도 만나기 위해 아프리카에도 갈 겁니다”
<이오현 기자>loh@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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