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의 특징이 뭐라고 생각합니까? 라고 간호사 데스크에서 질문을 하자 ‘자존심’ ‘교만’ ‘오만’ ‘실수를 인정 안 하는 남자’ ‘설거지나 청소를 안 하는 남자’ ‘담배를 피우는 남자’ ‘혼자서 못 사는 의존적인 남자’라고 여러 명의 간호사들이 단숨에 답했다. 정말 이런 성격들이 너무나 싫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부부 상담을 하러온 어느 부인이 경상도 남편의 여러 단점 때문에 겪는 견디지 못하는 어려운 얘기를 하다 말고 “아 참 선생님도 경상도시네요.” 마치 상담을 잘못 받으러 온 것처럼 말한다.
저자의 연세 의대 동창인 재미의사이며 소설가인 이영규 박사는 나를 만날 때마다 “얘 넌 경상도 사투리 쓰면서 어떻게 정신과 의사 하는지 도저히 그게 이해가 안 된다 말이야”라고 한다. 경상도 의사라고 해서 수술을 못하거나 당뇨병을 치료 못할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데 유독 정신과 의사에게만은 치료가 어려울 것이라고 지역 차별을 내세우는 것일까?
한국 남성 중에서도 “아는? 묵자, 자자”로 대표되는 경상도 남자의 기질이 있다. 즉, 무뚝뚝하고 고집 불통이고 그러나 한편으로 내면적으로는 가족을 책임지고 자신의 의무를 다하려고 하며 동창들을 걱정하고 “무현이가 그라믄 안 되는데…”하고 조국을 걱정하면서 불평 없이 묵묵히 살아가는 경상도 사나이들이 있다.
미국에 와서 말도 잘 통하지 않고 자식 교육시킨다고 손 한번 댔다가 경찰에 끌려가고 몇 개월간 마지못해 상담을 받는가 하면 술 한잔 먹고 운전교육 받고 이런 저런 이유로 애비 역할 남편 역할 제대로 못한다고 조롱 섞인 질타까지 받으며 불평 한마디 없이 살아가는 한국 남자들의 고충을 누가 알아줄 것인가? 그래도 목에 힘주고 누구에게도 굴하지 않게 혼자서 살아가는 자존심, 오만, 교만에 대해 격려하고 싶어질 때가 많다.
이들도 크게 보면 역사적 환경의 힘들게 적응해야 될 빙하기의 맘모스가 아닌가? 다음은 전인권이 지은 ‘남자의 탄생’(한 아이의 유년기를 통해보는 한국 남자의 정체성 형성과정)이라는 글에 나오는 몇 개의 이야기를 발췌하여 정리한 것이다.
한국 가족 체제는 아버지의 영역이 있고 그리고 모성가족 또는 자궁가족이라 하는 어머니와 자녀들로 구성된 2부분으로 나뉘는데 어머니는 아들을 하나의 왕자나 황제처럼 대우하며 기른다.
그래서 이것을 동굴 속 황제라고 하며 이 아이들은 자기가 특별한 사람이며 아주 훌륭하고 대단한 사람인 것처럼 느끼면서 자란다. 먹는 것, 배설하는 것, 무엇이든지 제때 제때 아이들의 요구를 들어주며 아이들은 맘놓고 어머니에게 명령하며 자란다.
빨리빨리 문화와 자기 우월성 허영심의 증세가 모성의 동굴에서 길러진 황제의 성격이다. 흔히 보는 비슷한 사람들이 다 제 잘났다고 느끼면서 도토리 키 재기 식으로 싸우며 특히 자존심의 상처를 받았다고 생각할 때는 엄청난 폭력을 행사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의 근원적인 이유는 옛날 동굴 속의 황제들이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삶의 방식에서 기인한 것이다.
또 한편 한국의 남자들은 하나의 신분으로서 관계를 맺는다. 즉 남자는 한 개인이라기보다는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임무를 하는 것이 절대적인 과제이다.
“그 의무감이 아버지의 어깨를 짓눌렀다. 바로 그 의무감이 아버지를 더욱 신분의 감옥에 머물게 했다. 그리하여 혼자서는 나를 위해 백번 천번 기도를 올리지만 내 앞에선 꿀 먹은 벙어리 같은 표정을 지었다. 당신의 마음이 깨진 거울처럼 조각난 경우에도 돌아서 먼 산을 바라볼 뿐이다.”
이제는 한국의 남편들에게 “황제여 당신의 옥체를 보존하옵소서”라고 한다면 분명히 좋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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