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초, C아버님의 장례예배에 참석했었다. 자주 뵐 수는 없었지만, 가끔씩 ‘우리 부모님도 날 저만큼 예뻐하실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날 챙겨주셨던 분이셨다.
워낙에 건강하셔서 ‘죽음’이란 단어와는 연결할 수 없었기 때문에, 소천 소식은 내게 큰 충격이었다.
일하는 책상 옆에 걸어 둔 ‘2002 World Peace Age’라고 적혀 있는 목걸이는 중국선교 가셨다 가지고 온 것이라면서 내게 처음 주셨던 선물이었다. 볼 때마다, 고인을 기억하게 하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소중한 내 마음의 보석이다.
누군가를 기억할 수 있는 물건들 중에서, 우리들이 항상 지니고 다닐 수 있는 몇 안 되는 선물 중 하나가 보석일 것이다.
작년 이맘때쯤 베벌리힐스에 있는 M보석상에서 7개의 장식물(charm) 디자인을 의뢰 받았다.
60세 생일을 맞는 어머니에게 7명의 자녀들이 드리는 선물이었다. 일곱 자녀들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순간들을 대신 표현했었고 내겐 뜻 깊은 디자인 작업이었다.
그 어머니는 오늘도 자신의 팔찌에 매달려 있는 일곱 자녀들의 기억을 추억하면서 매달려 있는 장식물을 바라보거나 만지거나 할 것이다.
살아 있는 사람의 즐거운 기억뿐만이 아니라, 다시는 볼 수 없는 슬픔에서 망자를 기리면서 죽은 이의 머리카락을 짜서 장식하거나, 이름 첫 글자 또는 사망일을 새긴 애도반지 등이 유행하게 되었다.
이는 인간의 유한성을 탄식하면서 만들기 시작했던 메멘토 모리 반지들을 선두로 17세기 유럽에서 유행을 조성한 것이다.
피렌체 박물관에서 본 머리카락을 짜서 만든 장신구들은 생각보다 딱딱하고 튼튼해서 착용하는데 무리가 없다고 한다.
회색 머리카락을 곱게 빗어서 만든 것 이외에 자른 머리카락을 크리스탈 안에 넣어서 펜던트로 착용하는 형태의 것도 있었는데 섬뜩한 기분이 든 것도 사실이었다.
함께 갔던 선생님의 설명에 따르면, 할머니들이 손자들의 머리를 조금 잘라서 항상 지니고 다니기도 했다고 한다.
이렇듯, 그리워하고 보고 싶은 마음을 담은 장신구는, 그 대상에 관계없이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빛으로 두 사람의 영혼을 스치고 지나간다.
그 순간만큼은 죽음의 거리도, 영겁의 시간도 훌쩍 뛰어넘어 버린 듯하다.
크리스티나 이 <보석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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