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초에 J권사님의 호의로(1년반 전에 캐나다 방문 시에도 우리 집을 돌봐주셨다) 동부 메릴랜드에 살고 있는 딸네 집을 방문하고 왔다. 워싱턴 DC에서 모이는 GP(글로벌 파트너스) 선교 모임에 참석하는 남편 따라 가게 된 것.
딸네 집은 사돈댁에서 마련해 줬는데 앞뜰, 풀, 집안이 모두 널찍널찍해서 여덟 살, 여섯 살, 네 살, 두 살, 모두 고만고만한 네 아이를 키우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딸은 아내로서 엄마로서 가정주부로서 홈 스쿨링(Home Schooling) 교사로서 1인4역을 감당해 내느라 넋이 빠져 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생글생글 그 특유한 여유로운 웃음도 여전하고 건강상태도 양호하고 하여튼 어찌나 여유 만만해 보이는지 하나님께 감사가 절로 터져 나온다.
병아리 새끼들 같은 네 마리가(사돈 내외분이 즐겨 쓰는 표현) 차례로 안기면서 키스 세례를 퍼붓는데 내가 딸더러 평소에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사진을 자주 보여서 우리가 만날 때 어색하지 않고 반갑게 만날 수 있도록 교육을 잘 시켜 놓으라고 입이 닳도록 훈시(?)해둔 게 200% 효과를 보는 순간이다.
사위는 또 어떻게나 다정다감하고 자상한지 퇴근해서 피곤할 텐데도 아이들 하나하나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는 듯 그렇게도 사랑해 준다.
사돈 내외분이 걸핏하면 워싱턴 아들네 집에 간다고 해서 그렇게도 부럽더니 나도 이번에 한을 풀고 왔다. 위의 큰애는 맏아들답게 의젓하고 둘째는 다정다감하게 착착 달라붙고 셋째 유일한 공주는 장래 우주 비행사감이다. 나무건 담이건 오를만한 것이 보이면 무조건 올라간다. 영락없는 치마 두른 사내애다. 막내 녀석은 어찌나 똘똘하고 민첩한지 얼마 안 가 형들과 누나를 마구 휘두를 것 같다. 절대로 그렇게 못하도록 군기를 잘 잡아놓아 아래위 질서를 잘 유지해야 한다고 딸에게 신신당부 해 두었다.
이 기회에 딸 자랑을 좀 해야겠다. 그 바쁜 가운데도 손님 접대 잘하고 요리 잘하고 또 아이들 훈련을 어떻게나 잘 시키는지 고 어린것들이 벌써부터 자기가 먹은 그릇, 컵, 수저들을 싱크대에 딱 갖다놓고 엄마가 설거지 해둔 마른 그릇들을 엄마가 당번을 정해준 순서대로(오늘은 큰애, 내일을 둘째, 이런 식으로) 매일 제자리에 정리해 두는 일을 따로 시키지 않아도 잘들 해낸다.
공부를 가르치기 전 먼저 둘러앉아 하나님을 찬양하고 성경 한 장을 돌아가면서 읽고 기도한 후 공부를 시작하는데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다. 작년까지만 해도 말을 잘 안 듣던 공주와 막내를 어떻게나 훈련을 잘시켜 놓았는지 한두 번 말해서 안 들을 때는 하나, 둘 하면 번개처럼 쪼르르 달려와 엄마 말에 순종한다. ‘셋’할 때까지 말을 안 들으면 여지없이 방안이나 화장실에 끌려가 매를 맞거나 엉덩이를 맞기 때문에 ‘셋’하기 전에 엄마 말에 순종하게끔 되어 있다.
한번은 막내가 셋을 넘겨 매를 맞게 됐는데 어찌하는가 엿봤더니 아이를 탁 엎어놓고 엉덩이를 서너 번 때리는데 죽는다고 울어 젖힌다. 그러면서 “잘못했어요. 다음부터는 엄마 말 잘 듣겠어요”라는 말을 하게 하고는 아이를 꼬옥 끌어안아 주면서 네가 엄마 말에 순종 안 했기 때문에 이렇게 맞은 것이라는 것을 한 번 더 말해 주고는 “엄마는 널 사랑해” 하면서 꼭 껴안은 채 키스를 해주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볼을 비비며 엄마에게도 키스를 하게 한 후 풀어주니(아이의 마음에 상처가 안 남게) 언제 맞은 일이 있었느냐는 듯 밝고 명랑한 표정으로 뛰어나와서는 여전히 형제들과 어울려 잘 노는 것이다.
그렇게 교육시키는 모습을 보고 딸에게 “얘야, 넌 참 지혜롭구나. 내 딸이지만 네가 참 대견스럽고 자랑스럽다. 그래, 참 잘한다. 그러니 애들이 엄하게 자라면서도 저렇게 밝고 자유롭구나” 칭찬해 주었다.
3박4일이 후딱 지나갔다. 고마운 J권사님, 덕분에 잘 다녀왔어요. 수고 많으셨죠? 내가 이 고마운 은혜를 다 갚을 자신은 없고 하나님께 몽땅 다 받으세요. 한없는 하나님의 축복을 기원합니다.
신은실<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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