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태, 변태 오피스로 와주셔요.” 그러면, 듬성듬성 나 있는 다리의 털을 휘날리며, 깡총한 코트를 빠듯이 끼여 입고 후닥닥 후닥닥 층계를 뛰어내려오는 소리가 선교회 3층 건물을 진동시킨다.
선교회에는 입소하고 얼마 되지 않아 저마다 특색 있는 별명이 붙는다. 변태는 파란색 반코트를 즐겨 입는데, 여학교 앞에 가끔씩 나타나 수많은 여학생들을 놀라게 만드는 바바리 코트를 즐겨 입는 베트맨 같은 모습으로 선교회를 휘젓고 다녀서 붙여진 이름이다.
변태는 주방에서 일한다. 아침은 김치죽, 점심은 김치볶음, 저녁은 김치찌개, 간식은 김치부침개, 또 다음날은 김치볶음밥, 김치두루치기 등등이 메뉴다. 오직 김치로 만드는 음식밖에는 할 줄 몰라서 선교회 형제자매들이 제발 좀 부엌에서 나올 수 없냐고, 원성이 말이 아니었다.
변태는 부모 없이 한국 고아원에서 오직 김치로 한 음식밖엔 먹질 못해서 다른 반찬은 전혀 상상도 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때문에 형제들의 아우성은 끝이 나질 않았다. 그런 변태가 어느 날, 중대한 결단을 내리고는 선교회 모두에게 선포를 했다.
“좋아하는 여자를 위해 돈을 벌고 싶습니다. 부엌에서 쪼끔 일해 보았으니 식당의 일자리를 찾아보겠습니다” 변태의 가슴에 사랑의 꽃이 피고 있었던 것이다.
그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아늑한 보금자리를 만들고 싶다는 강렬한 소망은 이미 아무도 꺾을 수 없는 의지가 돼 있었다.
변태는 샌디에고로 떠났다. 많은 이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따뜻한 가정을 느껴보지 못했기에, 평생 소원이 예쁜 아내를 만나서 예쁜 새끼들 낳고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안주하는 것이란다. 옛날의 어두운 생활을 접고 그 작은 꿈을 향해서 출발선에 섰다. 그러나 변태는 샌디에고로 떠나자마자 그 다음날부터 선교회로 매일매일 전화를 했다.
“목사님, 너무나 보고 싶어요. 너무 너무 나눔이 그리워요. 형제들도 보고 싶고요. 저…, 다시 나눔으로 가면 안돼요? 일은 하나도 힘들지 않는데, 막상 밖에서 생활을 하다보니 나눔이 저에게 어떤 곳이었는지 더 많이 느끼게 됐어요. 나에겐 나눔 식구들이 아빠, 엄마, 형제들이라는 사실이 확실해졌어요. 저요, 이번에 나눔으로 돌아가면 나눔에서 밥하면서 살아도 되나요? 나눔에서만 나가라고 하지 않는다면 말이에요. 형제들이 김치찌개 먹고 싶다고 하지 않아요?”라며 울먹거렸다.
영주권이 없었던 변태가 위험을 무릅쓰고 나눔의 형제들이 너무나 보고 싶다며, 시간 날 때 픽업 가겠다는 잠깐을 참지 못하고 그레이하운드버스를 타고 샌디에고를 출발했다. 그러나 LA로 오는 도중 중간에 있는 불법체류자 불신 검문에 걸려 바로 이민국 Jail로 넘어가게 됐고 지난주 추방명령을 받았다. 가족의 사랑을 언제나 그리워했던 변태가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 한국으로 되돌아가게 됐고, 나눔은 모두 슬퍼했고 가슴 아파했다.
나중에야 안 이야기지만, 변태의 샌디에고행은 지난번 나눔 사태에서 자신이 나눔을 위해서 해줄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과다수용 인원의 초과로 시와 주정부의 시정명령을 받았음을 알고, 자신이라도 빨리 나가서 숫자를 줄여야겠다는 속 깊은 생각이 추방까지 연결되게 된 것이었다. 그것도 모르고, ‘변태 녀석, 여자가 생겨서 나눔을 팽개쳤다고 생각했었는데…’
진정한 가족의 사랑이 무엇인가? 힘들 때 나보다 가족을 먼저 생각하는 사랑! 변태는 한국으로 떠나지만, 변태가 생각하고 사랑해준 그 마음은 나눔의 형제와 자매들의 가슴속에 오래도록 남아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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