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어머니’ 안희순씨와 며느리 신주희씨
서로 사랑하고 감싸며 열린 대화
화목한 우리집 웃음 꽃 가득하죠
“친정 어머니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편하게 해 주세요. 이렇게 좋은 시어머니는 미국에도 없고 한국에도 없고 이 세상에 둘도 없을 거예요.”세월의 흔적으로 이제는 거칠어진 시어머니 안희순(67)씨의 손을 잡으며 며느리 신주희(38)씨가 입을 열었다. 2002년 재미기독교여성협의회(최장·최윤옥)이 주최한 밀알 수상식에서 훌륭한 어머니 상을 받았으며, 미국에 오기 전에는 서울시의 추천으로 대통령상도 수상한 바 있는 안희순씨는 자녀들과 이웃들 모두가 공인하는 이 시대 최고의 효부이자 현모다.
22세의 꽃다운 나이에 시집와 3년만에 남편을 잃고 시어머니를 19년, 시할머니는 14년 동안 홀로 모신 안희순씨.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닥치는 대로 안 해 본일 없다는 안씨는 남편을 잃었던 당시 시절을 회상하자 눈에 눈물부터 고였다.
시어머니와 시할머니, 두 아들과 두 딸을 뒷바라지했어야 했으니 25세 젊은 미망인이 겪었을 고충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가장 힘들었던 점은 시어머니와 시할머니가 교회 나가는 것을 반대하셨던 것. 기독교인이었던 안씨는 제사나 고사를 지내지 않는 기독교적 관습 때문에 시어머니와 시할머니로부터 학대를 받았고 심지어 집에서 쫓겨나기도 다반사였다고 전한다.
그러나 안씨의 지극한 효성으로 결국 나중에는 “시어머니와 시할머니 모두 기독교로 귀화한 뒤 돌아가셨으며 자녀들도 부족한 환경이었지만 아무 문제없이 훌륭히 잘 성장해 주어서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한다.
16년 전 큰딸의 초청으로 미국에 온 안희순씨는 다운타운에서 ‘조이랜드’ 학생 유니폼 의류가게를 운영하면서 큰아들, 큰며느리와 함께 라크레센타에 거주하고 있다. 슬하에 4남매의 자녀, 8명의 손자손녀를 두고 있는데 특히 큰며느리 신주희씨는 가게에서 일도 함께 하고 잠자는 시간 빼고는 하루종일 붙어 있는단다.
“우리 며느리 참 예쁘지 않아요? 정말 착하고 어디하나 미운 구석이 없어요.”
친 엄마와 친딸 같은 편안한 관계로 주위의 부러움을 산다는 안씨는 큰며느리뿐만 아니라 작은며느리, 큰사위, 작은사위 모두들 좋은 것이 생기면 어머니부터 챙겨주는 고마운 자식들이라며 자식자랑을 늘어놓기 빠쁘다.
그러나 며느리 신씨는 어머니야말로 좋은 것이 생기면 본인 자신보다 남들에게 퍼주기 바쁜 ‘사랑의 은사’ 그 자체라고 설명한다.
“처음 시집 왔을 때 어머니가 제 손을 잡으시면서 ‘너는 이제부터 내 딸이다’ 그러셨어요. 그 말처럼 늘 친딸처럼 대해주시죠. 어머니가 그렇게 잘 해주시니 저도 당연히 따르고 사랑하게 될 수 밖에요.”
신씨는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남편보다도 먼저 시어머니를 찾는다. 당신의 자식인 남편보다 며느리편을 더 들어주시는 어머니, 언제나 현명하고 올바를 판단으로 조언해 주시는 어머니가 항상 고맙고 든든하기 때문이다.
서로 사랑하고 아껴주며 가정이 늘 화목한 비결이 무엇이냐고 물어봤더니 안희순씨는 시어머니들에게 “며느리가 허물이 있고 마음에 안 들어도 ‘그저 내 자식이려니’ 라고 생각하면 모든 걸 감싸주게 된다”고 전한다.
또 신희주씨는 “며느리들이 시어머니를 포함한 시댁 식구들에게 거부감이나 불편함을 가지지 말고 마음을 열면 상대방도 마음을 열게 된다”고 조언했다.
자신들의 가정이 이처럼 화목한 것은 무엇보다 어머니가, 며느리가 잘해서라고 서로 서로 칭찬을 미루던 안씨와 신씨. 참으로 ‘그 어머니의 그 며느리’다.
<홍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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