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 기자
음악가를 신선에 비교할 수는 없지만 슈베르트를 생각할 때마다 어쩐지 이슬을 먹고산다는 신선이 연상되곤 한다. 슈베르트는 음악가 중 가장 가난한 작곡가중의 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것을 불행으로 연결시키지 않은 작곡가가 바로 슈베르트였다. 슈베르트는 가난했기에 위대한 음악가의 꿈을 꿀 수 있었고, 무명이었기에 현실을 단 꿈으로 바꾸는 정열을 간직하며 살아갈 수 있었던 작곡가가 됐는지 모른다. 슈베르트는 주위의 몰이해 속에서도 아름다운 음악을 수없이 남겼는데, 이처럼 천재적인 음악이 동시대에 이해 받지 못했다는 것은 아이러니였다. 아마도 예술의 순수성보다는 권위주의, 상업주의가 동시대에도 판을 치고 있었는지, 슈베르트는 몇몇 친구를 제외하고는 결코 아마추어 이상으로는 취급받지 못했다.
알려졌다시피 슈베르트는 음악을 정식으로 전공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의 음악 교육은 청소년시기의 성가대 훈련소 기간이 전부였다.
슈베르트는 대위법 등 어려운 작곡 수법은 마스터하지 못했고 다만 내면의 감성을 통하여 독일 낭만주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해 나갔다.
슈베르트의 위대성을 최초로 알아본 작곡가는 슈만이었다. 슈만은 슈베르트의 음악적 시어를 단번에 갈파했고, 음악잡지에 크게 소개, 슈베르트를 독일 낭만주의의 위대한 거성으로 우뚝 서게 만들었다.
그러나 슈베르트에게서 불타고 있었던 것은 슈만이 지적했던 낭만주의 이론보다는 머리 속에서 샘솟듯 솟아오르는 감성의 가락이었다. 베토벤의 위대한 후계자였던 슈베르트는 베토벤이 미처 못 다한 음악적 시어를 가곡을 통해 완성해 놓았는데 오페라에서 바그너가 베토벤을 이어받아 위대한 악극을 창시했다면 슈베르트는 가곡이라는 독특한 경지를 통해 독일 낭만주의의 새 전성기를 이루게 하였다.
낭만파 음악 시대란 한마디로 음악에도 지성이 있다는 것을 호소하는 시기였다. 낭만파부터 음악은 음악적 시어로 아픔과 한을 토로하기 시작한다.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진정한 아픔이란 것을… 과연 음악을 모르는 자들은 이해 할 수 있을까? 슈베르트 음악의 그 타오르는 감성은 그 자체로 이미 종교이자, 마음 속의 투명한 눈물이었다.
2차대전 패망 후 일본의 젊은 연인들은 슈베르트의 즉흥곡(Eb)을 들으면서 동반자살 하는 것이 유행이었다고 한다.
음악은 이론보다는 눈물이며 이성보다는 감동이다. 그러기에 음악이 움직이는 힘은 그 어떤 예술보다도 강렬하다.
일찍이 니체는 음악을 모르는 자들과는 말도 붙이지 말라하였고, R. 쉬트라우스 등은 음악은 거룩한 예술이라했다. 슈베르트는 베토벤에서 시작한 낭만주의의 정점에서 가장 낭만적으로 살아간 음악가 중의 한 사람이었다. 그는 부도 명예도 없었으나 베토벤 주위에 살고 있다는 것, 음악을 통해 주위의 불행을 희망으로 바꿔놓을 수 있다는 소망 때문에 부유한 단꿈을 꾸며 살아갔던…, 말 그대로 천재 예술가로 남을 수 있게 되었다.
슈베르트의 작품들은 유난히 감상에 젖어 있는 데 이는 불행한 이웃을 저버릴 수 없었던 타고난 연민, 시적 감수성이 있었기 때문었는지 모른다.
슈베르트는 ‘미완성’ ‘Great’ 등 뛰어난 교향곡 9편을 남겼으나 슈베르트의 위대성은 뭐니뭐니해도 실내악곡, 가곡에 있었다. ‘숭어 피어노 5중주’, ‘피아노 트리오 Eb’ ‘즉흥곡’, ‘피아노 소나타’ ‘현악사중주(죽음과 소녀)’등은 실내악에 있어서 낭만주의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슈베르트가 가곡의 왕이라고 불리 우는 것은 그가 남긴 600여곡의 가곡 때문인데, 이점에 있어서는 베토벤의 교향곡에 못지 않은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
슈베르트의 가장 유명한 가곡은 연가곡 ‘겨울나그네’이지만 ‘들장미’ ‘마왕’ ‘아베마리아’, ‘음악에 부쳐’와 같은 소품들도 슈베르트의 이름을 더욱 유명하게 만든 예술 가곡의 대명사와 같은 곡들이다.
’아베마리아’와 함께 누구나 좋아하는 ‘음악에 부처(An die Musik’은 슈베르트의 초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슈베르트를 대표해주는 대명사와 같은 곡이다. 가곡 ‘음악에 부쳐’ 는 슈베르트가 20세 때 쇼버의 시에 곡을 부쳤는데, 소박하고 내면에 울리는 순수함은 더 이상 토를 달 필요가 없는 곡이다.
-An die Musik-
아름답고 즐거운 음악이여/
아둡고 마음이 서글퍼질 때/
고운 가락 고요히 들으면/
언제나 즐거운 맘 솟아나/
방황하는 마음 사라진다/
누가 뜯고 있는 가락인지/
누가 지은 가락인지 몰라도/
꿈결같은 음악에 끌려서/
어느 덧 불타는 정렬의/
그 나라로 이 마음 이끌려 간다
보통 빠르기의 2절로 된 곡으로, 단순하면서도 투명한 감동은 음악의 순수한 모습을 절묘하게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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