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
SF 국제 영화제 참가 봉준호 감독
850만이라는 경이적인 관객동원을 기록한 2003년 한국 최고의 흥행작 ‘살인의 추억’을 들고 샌프란시스코 국제영화제를 찾은 봉준호 감독은 할리우드 컨셉에 얽매이지 않는 인간적인 면을 부각시킨 한국적 스릴러를 만들고 싶었다는 제작 의도를 밝혔다. 지난 16일과 19일 샌프란시스코 AMC가부키 극장에서 두 차례의 ‘살인의 추억’ 상영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주류 관객들로부터 한국적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장르를 각인시킨 봉 감독은 샌프란시스코를 뒤로하고 한국으로 떠나기 전, 기자와 작품세계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
다음은 봉준호 감독과의 일문일답.
■’살인의 추억’은 80년대 중 후반, 전국을 공포에 떨게 했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만든 것으로 안다. 어디까지가 허구고 실제냐.
△창작과 실제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실제사건을 토대로 했기 때문에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기자, 형사, 화성주민 등을 6개월 간 인터뷰했다. 이야기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라디오, 살인 용의자 등은 창작이다. 그러나 시골, 서울 형사간의 갈등은 실제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썼다. 전체흐름을 살리고 사건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내가 하고싶은 이야기를 했다.
■영화에 당시 경찰들을 무능하고 폭력적으로 묘사했는데.
△1980년대 군사독재시절의 암울한 역사를 반영하고 있다. 당시는 민주화의 불길 속에서 반정부세력의 데모가 끊이지 않던 변화의 순간들이었다. 지금은 안 그렇지만 그 시절에는 고문이 일반적이었고 경찰에 끌려가서 몇 대 맞고 나오는 것이 당연했던 시기였다. 열악한 수사 환경이 80년대의 현실이었다. 범인을 잡고싶은 열망은 있었지만 과학적이지 못했다.
■마지막 희생자를 놓고 살인범이 여중학생을 택했다. 두 여인이 교차하는 의미가 무언인가.
△누구나 내가 모르는 사이 범죄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이 장면을 통해 생과사, 운명의 엇갈림이 얼마나 순간적으로 어이없이 결정되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실제 마지막 희생자가 여중생이다.
■당신의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2000)와 마찬가지로 ‘살인의 추억’도 연쇄살인이라는 무거운 주제에 유머가 섞여있는데.
△너무 무거운 주제만 다루기가 싫었다. 미스터리 스릴러물이 다소 어두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런 어두운 면만 부각시키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어느 한 장르에 국한되는 것도 싫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범인이 잡히지 않고 끝이 난다. 미스터리물에서 치명적 약점일 수도 있는데 왜 결론이 없는가.
△이점 때문에 투자를 받는데 힘이 들었다. 누가 결론도 없는 영화에 쉽게 돈을 투자하겠는가. 그러나 이 같은 엔딩이 이 영화의 ‘핸디캡’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실제로도 범인을 잡지 못한 미해결 사건으로 남았고 형사와 시대를 다룬 감정적 영화이다. 또한 ‘살인의 추억’이 다른 영화와 다른점은 ‘실패’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가장 기억에 남거나 애착이 가는 장면은.
△마지막 터널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1월이라 날씨도 춥고 비 오는 장면을 찍는데 햇빛이 비쳐 빛을 가리고 찍느라 열흘이나 걸렸다. 이 때문에 스텝들이나 배우들이 엄청나게 고생했다. 그리고 철도청에서 기차를 빌리는데 하루에 2,000만원을 지불해야 했기 때문에 기차가 나오는 장면을 하루에 몰아서 찍느라 힘들었다.
■준비하고 있는 차기작은 있는가.
△서울한복판 한강에서 괴수가 출현하는 재앙에 관한 주제를 가지고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아마 6월경이면 완성될 것이다. 빠르면 올 12월 늦어도 2, 3월경에는 크랭크인에 들어간다. 주연에는 역시 송강호가 맡을 예정이다.
<김판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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