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
아무리 각박한 세상이지만 교회의 어른이 해서는 안될 일이 있다.
미국에 이민을 온지 불과 2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이민 초년생이라면 누구 할 것 없이 사회 초년생처럼 서툴고 모든 것이 두렵기만 하다. 나 역시 처음 접하는 미국이라는 나라는 낯설고 때론 무섭게까지 느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처이모의 소개로 모 교회의 ‘장로’라는 사람을 소개받았다.
그 장로라는 사람은 TV수리점을 하고있었다. 너무나 친절하고 형님 같은 사람이라서 모든 것을 그와 상의하고 사업적인 계획도 서스럼없이 이야기를 했다.
처음 사업이라서인지 그리 성과는 크질 않았다. 하지만 여기저기 사방팔방 밤낮을 가리지 않고 뛰어다녔다. 그 결과 3개월이 지나면서 서서히 그 빛을 발해 주문이 여기저기 들어오기 시작했다.
처음 그 사람은 그리 잘되는 사업이 아닌 것으로 생각을 했는지 때로는 애처로운 눈으로 보곤 했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나고 상황이 바뀌어서인지 그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아들을 나와 같이 일을 하게 하고 자기 사무실까지 돈 받지 않고 쓰라고까지 했다.
그것이 그의 의도적 수작이란 것을 알기까지는 몇 개월 걸리지않았다. 그의 아내는 짜증을 내면서 이것저것 요구사항이 많아졌다. 왜 사무실비를 내지 않느냐, 해가 지나가도 과일 하나 사 오질 않느냐 등등.
불과 얼마 전에는 먹고는 사느냐, 다른 일을 겸하여야 되질 않느냐 하던 사람이 주문이 들어오는 횟수가 늘어나자 마치 모르는 사람들처럼 변해가기 시작했다.
사업시작하고 3개월만의 일이다.
그 장로 아들은 처음 내가 아르바이트 식으로 일을 시키면서 다른 사람보다 훨씬 많은 비용을 지불했었다. 그러나 “돈은 내가 다 벌고 아들은 일만 한다”는 식으로 나를 몰아세우기에 이르렸다.
하루는 거래처를 방문했는데 거래처 사장이 “같이 일하는 사람이 와서 자기에게 물건을 납품 받으면 훨씬 저렴하게 해준다고 이야기를 하고 갔다”고 했다. 하늘이 무너지는 일이었다.
그 장로가 다녀간 것이다. 며칠 후 다른 거래처 사장이 전화가 왔다. 이번에는 아들이 자기에게 제품을 받으라면서 가격을 알려주고 갔다고 했다
처음 미국으로 이민을 오면 제일 주의할 것이 같은 ‘한인’ 이라고 했지만 나에게 이런 상황이 올지는 생각도 못했다. 내용을 알아봤더니 아들은 “한국사람에게는 절대 영업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때서야 이들의 속내를 정확히 알게되었다
그리고는 구석 책상 하나 쓰는 게 전부인 사무실을 비워달라고 했다. 이유인즉슨 나 때문에
종교활동에 지장이 있다고 하면서. 내가 나온 후 며칠 뒤 그들은 거기에 바로 내가하는 같은 사업을 시작했다.
그 집 사무실을 쓸 때 한인 잡지에 낸 광고가 그 집 전화번호였다. 어디선가 전화가 왔다. 내게 전화를 걸었는데 상대방 하는 말이 “그 자는 그만둔 상태이고 자기가 그 일을 하고있으니 자기에게 물건을 구입하라고 했다”면서 가격까지 알려주었다고 했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지만 해야할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이 있다. 그 것도 명색 장로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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