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 기자
음악의 실체는 무엇일까? 바람일까, 슬픔일까, 희망일까… 휑하게 스쳐가는 음악 속에는 대답이 없다.
신년 음악으로서 밝고 희망찬 음악을 하나 꼽으라면 단연 베를리오즈의 작품들이 아닌가 싶다.
표제음악의 상징적인 존재인 베를리오즈의 음악은 언제나 정열이 넘치는 화려한 색채로 꿋꿋함과 밝은 용기를 심어주곤 한다.
베를리오즈는 그의 대표작 ‘환상교향곡’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는 작곡가 인데, 원음의 박력과 신록처럼 생생함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 있다.
아마도 색채음악 특유의 탁월한 관현악 수법때문이겠지만 베를리오즈의 음악처럼 멋들어지게 정신을 미역감게 하는 곡도 드물다고 하겠다.
베를리오즈(Louis Hector Berlioz)는 1803년 프랑스 라코트생탕드레에서 태어났다. 의사인 아버지를 따라 처음에는 의사를 지망했으나 23세때 파리 음악원에 입학, 음악의 길로 전환했다. 악기를 전혀 다룰 줄 몰랐던 베를리오즈는 순전히 상상력으로 작곡에 몰두했는데 ‘환상교향곡’으로 로마 대상을 수상, 일약 작곡가로서의 명성을 얻게 되었다.
거대한 머리통에 올빼미처럼 생긴 용모, 외골수였던 베를리오즈는 비평가들과 극심한 마찰을 겪으며 표제음악이라는 새로운 유형을 창시해 나갔는데, 그의 탁월한 관현악 수법은 베토벤이후 최고로 극찬 받았으나 스미드슨과의 파혼등 사생활은 평탄하지 못했다.
지휘, 작곡 등으로 생계를 유지했던 베를리오즈는 파리에서는 아웃사이더로 배척받았으나 사후에 인정받고 후기낭만파의 선두 주자로 우뚝 서게 되었다.
베를리오즈의 주요작품은 극음악 ‘파우스트의 겁벌(몰락)’ ‘환상교향곡’, ‘이탈리아 헤럴드’ 등이며 오페라 ‘트로이의 사람들’도 종종 공연되는 중요한 작품이다.
베를리오즈 하면 흔히 떠올리게 되는 것이 엄청나게 큰 머리통이다. 아마도 베를리오즈는 그 머리통 크기만큼이나 풍부한 상상력으로 음악의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간 천재작곡가였는지도 모르는데 당대에는 별로 이해받지 못했다.
특히 그가 창시한 표제음악은 베토벤과 바그너등의 예술에 가려 별로 빛을 보지 못했는데, 베를리오즈의 진수를 알고 싶은 사람들은 현장에서 생 음악을 듣게 되면 생각 바뀌어질 수 밖에 없게 된다.
베를리오즈의 밀도있는 선율, 생생한 박력에 비하면 차이코프스키의 우아함, 베토벤의 박력, 모차르트의 달콤함은 모두 오수의 수면으로 전락하고 만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천재 작곡가는 누구였을까? 혹자는 모차르트를 꼽는다. 35세라는 짧은 생애를 통해 모차르트만큼 수많은 명곡을 양산해 낸 작곡가는 드물다. 혹자는 베토벤이나 바하등을 꼽는다. 베토벤이 주는 감동은 전 예술(장르)를 통틀어도 드문 것이라고 한다. 바하의 음악은 서양음악의 기초가 될만큼 위대한 것이었다.
그러나 음악의 표현예술 측면으로 돌아서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질 수 밖에 없어진다. 표현의 귀재는 단연 프랑스의 헥터 베를리오즈(1803-1869)였다. 베를리오즈가 표현해낸 눈부신 색채는 가히 초인적인 것이었다.
베를리오즈는 정밀한 음악성으로 음악을 표현해내 나중에 라벨에게 전수되어 프랑스 음악 특유의 정밀함이 한층 더 고조되었지만 그의 탁월한 표제음악은 정신 세계를 통제하는 위대한 마술사적 기질을 발휘했다.
베를리오즈의 명성을 최초로 드날리게 한 작품은 환상교향곡이었다. 환상교향곡이야말로 표현주의라는 낱말이 어울릴만큼 굴절 없는 박력으로 다가오는 표현주의의 기념비적인 작품이었다.
베를리오즈의 음악은 우선 기발함에 있어서 당대를 앞서나갔다. 당시만해도 졸음이 가득한 클래식음악에서 베를리오즈의 음악 만큼은 구별됐다. 우선 우렁찬 소닉 사운드에서부터 듣는이의 귀를 압도한다. 클래식 음악의 정형화라고 할까? 수학적일만큼 정밀한 전개는 지루함을 느낄 수 없다.
베를리오즈는 또한 세익스피어와 괴테를 특히 좋아하여 그들의 작품을 예술적 소재로 삼았는데 서곡 ‘로미오와 줄리엣’과 극음악 ‘파우스트의 겁벌’등은 베를리오즈의 대표작에 속한다.
특히 베를리오즈는 괴테에게서 받은 영감을 대작 ‘파우스트의 겁벌’을 통해 표현해 냈는데 내용은 원작과는 조금 다르게 파우스트가 마르게르트라는 여인의 영혼을 위해 지옥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결말을 맺고 있다.
’파우스트의 겁벌’은 지난 시즌 SF 오페라에 의해 공연된 바 있는데, 베를리오즈는 음악을 통해 종교적 구원까지는 지향하지 않았지만 호머의 ‘트로이의 사람들’ 괴테의 문학등과의 연계를 통해 예술적인 정열, 아마도 음악을 통해 스스로의 구원을 실현해나간 음악에서의 파우스트를 지향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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