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사회의 대표적 회계회사인 ‘김앤리 공인회계’(Kim&Lee Corp.·3600 Wilshire Bl. #1814·대표 김성철). ‘김앤리’는 4단계로 구분되는 회계 회사중 로컬회사의 차원을 넘어 전국 어디에나 사람을 보내 풀 서비스를 할 수 있는 ‘리저널 회사’에 속한다.
김성철(63) 대표가 이끄는 이 회사는 LA를 비롯 오렌지카운티, 샌디에고, 샌호제 등 4곳에 오피스를 두고 20명이 넘는 공인회계사(CPA)를 포함, 50여명의 직원들이 전문화된 각종 회계관련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는 전문 인력 10명 이상인 회계법인이 캘리포니아 전체에 100개 이하임을 감안할 때 대단한 일로서 업계에서는 김앤리의 위치를 가주 50위권으로 보고 있다. 은행 등 금융기관의 재무감사까지 서비스하는 김앤리는 요즘 영토 확장보다는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에 대비하기 위해 젊은 세대를 영입하고 키우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
■‘어카운팅 외길’ 31년
김앤리가 처음 문을 연 것은 이민 초창기인 지난 1972년. 남가주 한인 인구가 유학생과 이민자를 합해 고작 3,000여명에 불과하던 시절이었다. 탈직장의 꿈을 동일하게 지닌 백인 파트너와 함께였다. 때마침 한인사회가 자리를 잡아가고 대한항공 등 한국 대기업들이 미국에 본격 진출하기 시작한 것이 결심에 도움을 주었다.
“고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65년 유학 와 칼폴리 포모나에서 회계학을 전공했습니다. 그후 주류 회계법인에서 4년간 근무했습니다. 그렇지만 영어 문제도 있고 해서 성장의 한계를 느꼈습니다. 결국 직접 CPA사무실을 열기로 했지요.”
한인 CPA가 손꼽을 정도로 희귀하던 시절. 그는 ‘김&데이비스’의 간판을 걸고 이른 아침부터 한밤중까지 일했다. 그러나 하루 12시간씩 일하는 한국인의 못 말리는 근면성을 따라오지 못한 백인 파트너가 중도하차 하고 만다. 김 대표는 74년 회사명을 자신과 함께 일하게 된 이수정 CPA(현 시니어 파트너)의 성씨를 따 김앤리로 바꾸었다. 그후로 착실한 발전을 거듭, 오늘에 이르렀다.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 회사를 거쳐 현직 CPA로 일하고 있는 사람들만도 100여명에 달한다.
■새 분야 개척을 통한 경쟁력 확보
김앤리는 시장에 비해 공급과잉 상태인 로컬 CPA들과 경쟁하는 대신 독자 영역을 개발하는 데 주력했다. 김 대표는 약 5년 전 샌디에고에 진출한 일을 이같은 노력의 하나로 꼽았다.
“주 공략 대상은 샌디에고의 한국 대기업들이었습니다. 본사를 미국에, 공장을 멕시코 국경도시에 둔 한국 기업들의 회계업무는 상당히 복잡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지난 몇 년간 엔론 사태 등 각종 대형 회계 비리가 잇달아 터지면서 당국이 규제를 바짝 강화한 터라 더욱 어렵습니다.”
김앤리는 이같은 점에 착안, 10여년 전부터 로컬 CPA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이 분야 서비스를 전문상품으로 개발해 왔다.
비슷한 시기에 한국서 진출한 하이텍 기업들을 겨냥, 기존 업체 인수를 통해 샌호제에도 문을 열었다. 지금은 예전만 못하지만 수년 전의 닷컴 붐은 회사 성장에 큰 도움을 주었다.
김앤리는 올해 초 IRS 출신 경제학자를 영입했다. 한국 대기업 미국 지사의 경우 독립적으로 손익 계산을 하면 적자이지만 국세청은 본·지사간의 거래까지 따지기 때문에 세무 분쟁이 종종 발생한다. 이 때문에 국제경제 이론으로 무장한 인재가 필요한 것이다.
■결국은 사람이 가장 중요
능력있는 사람들은 많지만 이들을 조직에 오래 붙들어 두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자존심이 강한 전문직일수록 더욱 그렇다. 서비스업은 전문 지식도 중요하지만 이를 생산성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조직이 중요하다. 김 대표는 이같은 점을 절실하게 느꼈기에 인적 자원 관리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사람들이 장래성 없는 직장에 사표를 던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희망을 직원들에게 심어주어야 합니다. 그만 두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인식시키는 것이죠. 물론 이를 위해서는 회사 파트너들의 희생이 따라야 합니다. 파트너들이 자신의 배 불리는 데만 급급하지 않다는 것을 확신하면 직원들은 돈 몇 푼 때문에 직장을 옮기지 않습니다.”
7-8년간 한솥밥을 먹은 직원을 얼마 전 파트너로 영입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였다. 이 일을 보며 다른 직원들은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받았다고 한다.
직원을 ‘생산의 도구’로만 여기는 업체는 결코 오래 갈 수 없음을 너무도 잘 알기에 김 대표는 어떻게든 직원들을 인간적으로 대우하고 발전의 디딤돌을 제공하려고 노력한다. 그 덕분에 회사를 떠난 직원이 나쁜 감정을 품지 않고 감당하기 어려운 업무는 곧 잘 소개해 준다. “마음을 맞춰 준 직원들과 파트너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김앤리가 가능했다”는 것이 김 대표의 고백이다.
■비즈니스 철학
김 대표의 좌우명은 공인회계사의 제1 직업 윤리인 ‘정직과 신용’. 전문지식이 아무리 뛰어나도 신뢰할 수 있는 인간관계를 형성하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이를 실천하는 방안으로 그는 고객들을 대할 때 정리되지 않는 얘기, 준비되지 않는 얘기, 자신 없는 얘기는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직원들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물론 사람이 마음먹는다고 다 달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기준은 있어야 합니다. 고객들이나 직원들로부터 저 사람은 말한대로 지키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이 중요하지요.”
그는 자신의 신념이 옳다는 것을 고객들을 통해서도 눈으로 확인했다. 사업을 크게 일으키는 사람은 세금에 있어 정직하고 거래시 신용을 철저히 지키는 이들이었다는 것이 그의 전언이다.
김대표가 후배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은 ‘한 분야에 자리잡고 오랫동안 노력하면 기회는 저절로 온다’는 것. 자신도 유혹이 많았지만 곁길로 가지 않은 탓에 발전이 가능했다는 것이 회사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사라지지 않는 한 계속 일하고 싶다는 그의 ‘인생 결론’이다.
<김장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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