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용서할 수 없다.
95년 된 ‘염소의 저주’도 85년 된 ‘밤비노의 저주’도 끝내 풀리지 않았다. 저주받은 두 팀, 시카고 컵스와 보스턴 레드삭스는 결국 에이스가 아웃 5개를 남겨두고 무너진 것까지 똑 같이 결승무대의 문턱에서 풀썩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다.
2003 월드시리즈는 뉴욕 양키스 대 플로리다 말린스의 대결로 확정됐다. 양키스는 16일 뉴욕 양키스테디엄에서 벌어진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최종 7차전에서 11회 연장 대접전 끝 애런 분의 끝내기 솔로홈런으로 극적 6-5 연전승을 거둬 통산 27번째 우승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말린스와의 1차전은 18일 뉴욕 양키스테디엄에서 벌어진다.
8회 루벤 시에라를 대신해 주자로 나섰던 분은 5-5로 팽팽히 맞서던 연장 11회말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서 이번 시리즈에서 2승을 뽑아낸 ‘너클볼의 마술사’ 팀 웨이크필드의 초구를 통타, 좌측 펜스를 넘긴 홈런으로 긴 승부를 끝냈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 페드로 마티네스와 로저 클레멘스의 선발대결로 관심을 모은 이날 경기에서 양키스는 일찌감치 0-4로 뒤져 패색이 짙었다. 그러나 8회초까지 2-5로 앞서가던 레드삭스는 위력이 떨어진 마티네스를 왼손 구원투수로 교체하지 않았던 끝에 3실점, 동점을 허용한 뒤 연장전에서 무릎을 꿇어 ‘밤비노의 저주’를 푸는데 또다시 실패했다.
레드삭스는 2회 1사 후 트롯 닉슨이 클레멘스의 3구째를 통타, 우중월 투런홈런으로 기선을 제압했다. 그리고는 2사 2루에서 양키스 3루수의 송구 실책까지 겹치면서 1점을 보태 3-0으로 앞서 갔다. 레드삭스는 4회 케빈 멀라의 솔로홈런으로 클레멘스를 쫓아내며 4-0으로 달아났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의 황제’ 양키스는 5회와 7회 제이슨 지암비의 연타석 홈런으로 추격의 실마리를 찾아나갔다. 8회에는 레드삭스 왼손타자 데이빗 오티스에 또 한방의 솔로홈런을 맞아 승부는 5-2로 점수차를 벌린 레드삭스 쪽으로 기우는 듯 했지만 양키스 타선은 8회말 1사 후에 불이 붙었다. 데릭 지터의 2루타에 이은 버니 윌리엄스의 중전안타로 1점을 뽑은 뒤 히데키 마쓰이가 2루타를 날려 1사 2, 3루의 찬스를 이어갔다.
양키스는 결국 캐처 호르헤 포사다가 2년전 월드시리즈에서 패배를 안겨준 루이스 곤잘레스(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결승타를 연상케 하는 빗맞은 중전 안타로 2점을 불러들여 5-5 동점을 이뤘고, 레드삭스는 연장 11회말 분에 분통터지는 ‘굿바이 홈런’을 맞아 시즌을 마감했다.
<이규태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