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년 무관의 한’을 풀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는 시카고 컵스가 월드시리즈의 문턱에서 와르르 무너졌다. ‘사랑스런 꼴찌들’(Lovable Losers)이란 별명을 붙여준 그 지독한 ‘징크스’가 아웃 5개를 남겨두고 다시 살아나 통한의 역전패를 당했다.
컵스는 14일 홈구장에서 벌어진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NLCS) 6차전에서 8회 1사까지 단 3안타만 내준 선발투수 마크 프라이어의 피칭에 힘입어 3-0으로 앞서 58년만의 월드시리즈 복귀는 기정사실로 보였다.
그러나 바로 이때 알 카폰 이후 가장 유명한 시카고 ‘악당’으로 남을 한 팬이 손을 뻗치며 경기가 뒤집혔다. 기념품을 원했던 한 시카고 팬의 욕심이 ‘지옥의 문’을 열어 말린스 적시타와 야수 실책 등 온갖 ‘몹쓸 것’들이 다 튀어나와 3-8 역전패를 당한 것.
이 팬의 방해로 컵스 좌익수 모이세스 알루가 이닝 2번째 아웃이었을 파울볼을 잡지 못해 새 생명을 얻은 말린스 캐처 이반 로드리게스는 곧 좌전 적시타로 NLCS 타이기록인 시리즈 9번째 타점을 올렸고, 컵스는 그 다음 숏스탑 알렉스 곤잘레스가 평범한 더블플레이 볼을 어이없게 놓쳐 결국 한꺼번에 8점을 내주고 무릎을 꿇었다. 타자를 고의사구로 내보낼 때마다 후속타자가 적시타를 날려 말린스 구원투수 채드 폭스는 졸지에 승리투수가 됐고 컵스 센세이션 프라이어는 패전투수로 추락했다.
역적으로 몰린 이 시카고 팬은 너 때문에 월드시리즈에 못 가게 됐다는 관중의 야유 속에 얼굴을 가리고 시큐리티의 보호를 받으며 구장에서 퇴장했는데 TV 아나운서와 해설가 등 야구 전문가들은 알루의 수비를 방해한 팬 보다 곤잘레스의 실책을 패전의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김병현의 악몽을 씻어준 것처럼 컵스가 월드시리즈 티켓을 따내지 못하면 이 팬은 용서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월드시리즈 진출권이 걸린 최종 7차전은 15일 시카고 리글리필드에서 컵스 에이스 케리 우드 대마크 레드먼의 대결로 벌어지는데 ‘징크스’에 다시 한번 발목잡힌 컵스는 선발투수가 월등한 반면 이날 역전패의 충격에서 어떻게 헤어나는가가 숙제다.
<이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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