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는 사상은 노자(老子) 사상의 핵심 중 하나다. 큰 나무는 번개에 찍혀 넘어가지만 갈대는 넘어가지 않는다. 갈대는 폭풍 속에서도 꺾여지지 않는다. 산들산들 곧 부러질 것 같지만 생명력은 강하다. 세상을 살아가는 처세에 있어서도 이처럼 갈대 같은 부드러움은 아주 중요하다. 외유내강(外柔內剛)이라고 했던가.
외유내강은 겉은 부드러우나 속은 강하다는 뜻이다. 외유내강을 갖춘 사람은 어려운 경우를 당해도 화를 내거나 흥분하지 않는다. 도인(道人)이 따로 없다. 도인이 되는 첩경은 어떤 일을 당해도 부드럽게 처신 할 줄 아는 사람이 도인이 되는 것이다. 작은 일에 화를 내고, 작은 일에 금방 흥분하는 사람은 도인이 되기에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영어에 ‘레이지’(rage)라는 단어가 있다. 뜻은 명사로 격노, 분격, 분노 등이다. 자동사로는 발광하다, 야단치다, 호되게 꾸짖다, 몹시 욕하다, 제 마음대로 행동하다, 날뛰다 등이다. 타동사로는 노하게 하다, (폭풍 등이) 거세지다 등이다. 미국에선 ‘로드 레이지’(road rage)가 많이 발생한다. 뜻을 풀면, 길에서 작은 일로 다투다 사고 나고 다치는 경우를 말한다.로드 레이지란 보통 자동차를 타고 가다 발생한다.
앞차와 뒤차의 운전사가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다 가운데 손가락을 하늘로 치민다. 그럼 그 손가락을 본 사람이 다시 가운데 손가락을 더 높이 치켜든다. 이러다 서로 차를 세우고 싸움이 붙는다. 다치고 경찰에 끌려간다. 다치는 정도면 괜찮다. 총이나 칼을 들었다면 목숨까지도 위태로워진다.
미국에선 가운데 중지 손가락을 치켜들면 굉장히 큰 욕이 된다. 절대로 자동차를 타고 가다가 옆차나 뒤차에서 소리를 지르거나 빵빵대도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들면 안 된다. 그냥 공손히 자기 길을 가야한다. 억울하지만 할 수 없다. 이것이 바로 부드러움을 갖추게 되는 가장 쉬운 예가 된다. 도인이 되가는 길의 첫 관문을 통과하는 것이다.
사람이란 참으로 이상한 동물이다. 별 것 아닌 것 가지고도 화를 벌컥 벌컥 내니 그렇다. 남의 일이 아니다. 자신을 죽이지 않으면 안 된다. 자신을 죽일수록 자신에게는 득이 된다. 자신의 성질이 자신을 정말 죽일 때가 있다. 사람은 분노를 참을 줄 알아야 한다. 자신을 다스릴 줄 알아야 큰 일도 해낼 수 있다.
많은 사람이 형무소에 들어가 있다. 그들 중에는 작은 일에 분노를 참지 못해, 일을 저지르고 들어가 있는 사람도 많다.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분노와 격정을 참지 못해 큰 일을 내고 평생을 감방에서 자유를 잃은 채 살아가는 사람들은 얼마나 억울한가. 그러니 항상 자신의 쓸개와 간은 빼놓고 살아가는 것도 꽤나 좋은 처세가 될 수 있다.
하루는 길을 가는데 타 인종 젊은이들이 나를 보더니 ‘친’이라 하며 지나간다. 친(chin)은 차이니스를 가리키는 일종의 욕이다. 이럴 때 같이 화를 내고 덤벼들면 당하는 쪽은 나다. 그러나 부드럽게 나는 그 길을 지나갔다. 참으로 억울하지만 잘했던 것 같다. 그래도 마음 한 구석에 남아있는 분노는 한 참을 가서야 풀어지긴 했지만 말이다.
길이나 자동차에서 아무런 상관도 없는 사람에게 욕을 듣고 손짓을 당했다 해도 그냥 지나치는 것이 훨씬 득이 됨을 알아야 한다. 속으론 열이 나고 분통이 터져도 참아야 한다. 오히려 그들을 불쌍히 볼 줄 아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냥 지나치면 끝난다. 언제 그들을 또 볼 것인가. 재수 없게 개똥 밟았다고 치고 그냥 지나가는 거다. 그러면 별탈 없다.
가정과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작은 일 가지고 성질을 있는 대로 내는 사람들이 있다. 결코 문제가 되지 않을 일인데 목숨 걸은 것 마냥 참지를 못하는 사람도 있다. 도(道)를 닦지 못해서 그렇다. 도란 산 속에 들어가서만 닦는 것이 아니다. 세상 속에 살면서 닦아 가는 것이 도다.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자동차를 타고 가면서도 닦을 수 있는 게 도다.
남성은 강하다. 여성은 부드럽다. 누가 이길 것 같은가. 권투나 레슬링을 하면 남성이 이길 게다. 그러나 결국은, 여성이 이긴다. 말이 있지 않은가. 남성은 세상을 지배하지만 그 남성을 지배하는 건 여성이라고. 맞는 말인 것 같다. 겸손한 사람은 겉으로 화를 잘 내는 사람보다도 어쩌면 더 무서운 사람이다. 하늘거리는 갈대가 번개와 폭풍 속에서도 꺾여지지 않음
을 배워야 할 것 같다. 노자가 2,500여년 전에 갈파한 부드러움의 철학은 지금도 우리의 삶 속에 살아 흐르고 있다. 겸손히, 부드럽게 살아보려 노력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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