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 안목 주류기업 지원 끌어내도록
한인단체들은 행사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한국기업 미국현지법인에서 소규모 업체에 까지 거의 무차별적으로 손을 벌리고 있다. 안면만 있으면 후원을 요청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사업가는 올 상반기 한인단체의 행사후원을 위해 1만달러를 지출했다고 밝히면서 “어느 단체는 도와주면서 우리는 왜 도와주지 않느냐는 항의를 받고 싶지 않다”는 설명과 함께 업소명을 공개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또 다른 한인사업가도 이 기간 3만달러에 가까운 기부금을 내놓았다고 밝혔는데 이들 사업체들은 규모가 있으니 그래도 나은 편. 반강제적인 기부금요청에 진땀을 흘리고 있는 곳은 영세업소들이다. 상당수 업소들은 고객이기도 한 이들 단체관계자들이 기부금 거부로 혹시 발길을 끊지 않을까 걱정이 앞서 울며겨자먹기로 기부금을 내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오랫동안 한인상공회의소에 관여했던 K모씨는 “행사를 위해 기부금을 얻으러 다닌 경험이 있기 때문에 손을 내미는 단체의 요구를 딱히 거절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힘들기는 손을 벌리는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미주체전을 앞두고 참가기금모금에 나섰던 체육회의 한 관계자는 “체전참가의 취지를 이해하는 뜻 있는 사람들은 기부금을 순순히 내주었지만 때로는 이를 받기 위해 한곳을 4∼5번씩 방문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앞으로 OC팀의 체전참가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번에 기금을 모금하는 과정에서 호되게 마음고생을 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처럼 단체들마다 중소사업체에 반강제적으로 기부금을 강요하는 병폐를 줄이기 위해 연초에 단체들이 한자리에 모여 행사일정과 규모를 상의하고, 주류사회 기업으로부터 기부금을 얻는 일에 더욱 눈길을 돌려야 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단체활동을 오랫동안 하고있는 A씨는 “단체들이 대부분 사업체들의 지원을 받아 행사를 치르는 것은 한계에 도달했다”며 “범 한인사회차원에서 행사일정을 조율, 비슷한 시기에 대규모 행사가 연속적으로 치러지는 것을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 소규모 업주는 “기부금요청을 받은 사람들 가운데 부담을 느낀 나머지 왜 이런 행사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며 “단체들이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주류기업들과 접촉, 기부금을 얻을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을 단체장으로 영입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도 제기돼 검토대상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황동휘 기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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