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색 띠 빙빙 도는 표지등은 시 조례 위반
주민 항의로 시의회서 예외 여부 심의예정
빨강과 파랑, 하얀색 띠가 원통형으로 나선을 이루어 빙글빙글 돌아가는 불기둥이 환하게 켜져 있으면 간판이 따로 없어도 누구나 멀리서도 그곳이 영업중인 이발소임을 알아본다. 미국의 어느 고장에나 통하는 이 전통적인 ‘이발소‘ 표지가 최근 샌클러멘티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옴직이거나 돌아가거나 번쩍이는 간판 부착을 금지시킨 시 조례에 어긋난다고 시내 3개 이발소에 그 불을 끄지 않으면 벌금 100달러를 매기겠다는 경고장이 날아든 것이다.
이에 ‘샌클러멘티 바버샵’ 주인 자니 브라보는 “불도 끄지 않고 벌금도 내지 않겠다. 단속을 하면 시에 더 해롭다”고 배짱을 내밀고 있지만 ‘제리스 바버샵’ 주인 제리 로드리게스는 당장 불을 껐다. “불공정하고, 바보스럽고,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100달러가 아까워서였다.
1986년에 통과되어 개정된 관계 시 조례는 원래 몇 년전만 해도 샌클러멘티 곳곳에 가득해 도시의 이미지를 해치고, 보기도 싫었던 각종 지저분한 간판들을 제거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었다. 번쩍이고, 깜빡이고, 움직이는 간판들은 운전자들의 마음을 산란하게 만들므로 안전에도 위협이 되기 때문이었다. 작년 12월에도 이 도시는 9.11 이후 자기 가게 지붕 위에 2개의 성조기와 함께 세운 10피트 높이의 십자가에 불을 켠 시내 서프샵 주인을 제소했으나, 판사가 시의 손을 들어주지 않은 적도 있었다.
자기도 필요하다면 법정 투쟁까지 할 생각이라는 브라보는 “전쟁 중이라고 현재 시내 신호등마다 빨강, 하양, 파랑색 깃발들이 매달려 바람에 휘날리고 있는데 왜 이발소의 표지등만 문제를 삼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하고 있다.
이에 대해 웨인 이글스턴 시의원은 “시 관계자들도 조금 심했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렇다고 예외를 허용하면 그 한계를 두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그러나 수잔 리첼 시의원은 “바로 이런 경우가 예외를 인정해야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빙빙 돌아가는 이발소 불기둥이야말로 미국의 전통인데 그것이 샌클러멘티에서 불법화되는 것을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다음 시의회 모임에서 이 문제를 거론하겠다고 나섰다. 스테파니 도리 시장도 이발소 표지를 예외로 할지 여부를 고려해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일부 주민들은 시청에 이발소 사인 단속에 항의하는 전화를 걸고 있고 시내의 또 다른 이발소인 ‘알리시아스 바버 스타일링 살롱’ 주인 알리시아 앨런은 9일까지 지지자 100명의 서명을 모았다. 이 이발소 고객들은 앨런이 벌금을 내야할 경우에 대비, 모금까지 하고 있다. 한편 최근 스미소니언 연구소 국립 미국사 박물관은 2개의 이발소 표지등을 소장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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