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권층 ‘주지육림’ 민초들 ‘ 초근목피’사담 후세인 대통령이 지배하는 이라크에는 두 계층만이 존재한다. 후세인 체제의 버팀목인에 이른바 후세인 특권층과 대다수 국민들처럼 빈곤과 절망 속에 연명하는 비특권층이다.
뉴욕 타임스는 31일 후세인 대통령 치하 23년 간 이라크는 전쟁과 이에 따른 경제 제재로 민생이 도탄에 빠진 반면 극소수 특권층은 암시장 밀거래 등으로 호화생활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바그다드 중심부 ‘해방 광장’은 비특권층의 세상을 보여준다. 벼룩시장이 벌어지는 이곳에서 변호사 엔지니어 의사 교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도 몇 푼의 돈이라도 건지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좌판을 벌인다.
타임스는 또 바그다드 인근 시아파 빈민 마을인 사담시에서 음식 찌꺼기나 돈이 될 만한 물건을 찾기 위해 쓰레기 더미를 뒤지는 어린이들의 비참한 실상을 전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아라사트 카라다 등 번화가에서는 아르마니 의상에서 로레알 향수와 소니 디지털 TV에 이르기까지 없는 물건이 없다. 부유층 남녀들은 밤이면 벤츠와 재규어 등 최고급 승용차를 타고 번화가에서 즐기다 무장 경비원들이 지키는 호화주택으로 돌아간다.
지난해 10월 후세인 대통령에게 100% 찬성을 안겼던 선거 때 그의 장남인 우다이는 롤스로이스 최신 모델을 타고 투표장에 나타나 창밖으로 투표지를 내밀기도 했다.
후세인 특권층을 지켜주는 울타리는 공포정치와 지하경제다. 무모한 전쟁과 가혹한 경제 제재로 1980년만해도 아랍 제일의 부국 가운데 하나였던 이라크는 파산 지경이 됐다. 소수 특권층들은 이 틈새를 비집고 암시장을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그러나 기아와 질병에 신음하는 국민들은 공포정치 하에서 숨을 죽여야 한다. 바그다드의 한 암병동에서 치료약을 구하지 못해 죽어가는 11세 소년의 운명은 이라크의 현실을 웅변해주고 있다. 이 소년을 살릴 치료약은 암시장에서 2,500달러를 호가한다.
그러나 이 소년의 아버지는 군인으로 한달 수입이 15달러에 불과하다. 자신이 암시장에서 약을 구입해 주겠다는 외국 방문객의 질문에 담당의사는 손으로 자신의 목을 베는 시늉을 했다. 이런 자선 행위도 반국가적인 음모로 비쳐져 해방광장에서 공개처형을 당한다는 뜻이다.
김병주기자/최문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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