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L 신인드래프트 종합 1번 지명 예약
지난 1998년 산타마가리타 고교를 졸업한 카슨 파머는 그 해 고교 최고의 쿼터백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으며 USC에 입학하면서 USC팬들의 기대와 희망을 한 몸에 받는 대상이 됐다. 팬들은 6피트6인치, 230파운드의 당당한 체격에 대포같이 강력한 어깨와 레이저건같이 정확한 패싱능력을 갖추고 출중한 외모까지 겸비한 파머야말로 90년대 침체됐던 USC 풋볼을 다시 정상권으로 올려놓을 스타감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리고 파머는 그 기대에 부응하듯 98년 시즌 만 18살의 새파란 1년생임에도 불구, 곧바로 실전에 투입되더니 9번째 게임인 워싱턴전부터 아예 스타팅 쿼터백 자리를 꿰어차 버렸다. 1년생 선수가 주전 쿼터백으로 나선 것은 USC 역사상 파머가 2번째. 그 전까지는 1991년 랍 잔슨(현 탬파베이 버카니어스)이 딱 1게임에 스타팅한것이 유일했다. 파머는 라이벌 UCLA와 노터데임 전을 포함, 5게임에 스타트하는 등 총 13게임에 출전, 1,700야드가 넘는 패싱을 기록하며 미래 수퍼스타 재목으로 자질을 과시했다. USC팬들이 흥분한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하이즈만 트로피-내셔널 챔피언-NFL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됐던 파머의 스타덤을 향한 수순은 2년째부터 어긋나기 시작했다. 시발점은 불의의 부상. 99년 시즌은 단 3번째 경기만에 쇄골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당해 끝나버렸다. 단지 너무 초반에 다쳤기에 1년을 더 뛸 기회를 얻게 된 것이 소득이라면 소득. 하지만 부상에서 돌아온 2000년과 2001년에도 파머의 엄청난 잠재력이 실현될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분명히 스타재목으로서 가능성은 충분함에도 불구, 파머와 USC의 성적은 널뛰기처럼 부침을 거듭했고 USC팬들은 정작 열매는 없이 감질나게 가능성만 보여주는 파머에 대한 실망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기만성(大器晩成)이라고 했던가. 파머는 USC에 발을 내딛은 지 꼭 5년째가 된 올해에야 마침내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현실로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상적인 쿼터백의 필요조건은 거의 완벽하게 갖춘 파머는 올 시즌 거의 63%의 패스를 성공시키며 3,639야드 패싱과 32터치다운을 뽑아내는 맹활약을 보이며 USC(10승2패)를 팩-10 공동우승으로 이끌었고 오렌지보울에 출전시켰다. 하일라이트는 정규시즌 피날레에서 노터데임을 상대로 425 패싱야드에 4터치다운을 뽑아낸 것. 풋볼 기자단 선정 올아메리칸팀 1진 쿼터백으로 선정되며 최우수 4년생 쿼터백에 주어지는 자니 유나이티스 골든암상을 받는 등 파머의 주가는 지금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NFL 전문가들은 파머가 내년 드래프트에서 최고 쿼터백 재목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한 스카웃은 파머가 NFL에 조기진출하지 않고 USC에서 5년을 꽉 채운 것이 매우 현명한 결정으로 이 때문에 수백만∼수천만달러를 더 벌게 될 것으로 평가했다. NFL 뉴잉글랜드 패이트리어츠에서 1993년 드래프트 전체 1번으로 지명된 드루 블렛소를 코치했던 현 USC 감독 피트 캐롤 역시 파머가 그에게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하고 있다. 한때 NFL 스타덤을 향한 속전속결식 스타덤을 꿈꿨던 파머는 생각과는 달리 대기만성형으로 대학풋볼 커리어 종착역에 도착했다.
<김동우 기자>danny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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