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이 잔뜩 오른 술자리를 썰렁한 노래로 잠잠하게 만드는‘비법’을 가진 친구가 있었다. 핀잔 수준을 넘어 왕따를 당하면서도 이 친구는 십 수 년째 같은 가락을 뽑아댄다.
친구들이 그 노래 말고 분위기에 맞는 새 곡 몇 개를 연습해두라고 충고하지만 그는 남이 좋던 싫던 꼭 그 노래를 불러야할 특별한 이유가 있다며 막무가내다. 그가 그‘진부한 타령’을 부를 땐 친구들이 딴전을 부리기 일쑤다.
선거가 임박한 요즘 술자리 아닌 한인사회 전체에도 비슷한 현상을 볼 수 있다.
비단 올해 뿐 만 아니라 선거 때가 되면 한인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캠페인이 꼭 벌어진다. 몇몇 선각자와 언론이 주로 캠페인의 총대를 메지만 대다수의 한인 유권자들은“또 그 소리”냐는 식으로 등을 돌리곤 한다.
선거참여의 당위성을 목이 터져라 외치는 인사들은 그럴만한 특별한 이유가 있다. 한인의 투표참여가 한인사회의 위상제고에 미치는 영향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을 대하는 유권자들의 반응은 예의‘진부한 타령’을 듣는 듯 시큰둥하다.
하지만 올해 타령은 같은 곡이지만 상당 부분 편곡돼 혹 듣는 이로 하여금 전혀 다른 노래로 느껴질 수도 있다.
한인 유권자 연합회(KAVA)가 결성됐고 자비로 한글 선거 안내 책자도 만들었다. 시애틀 지역에서는 처음 있는 일로 한인사회가 정치에 눈을 떴다며 주류 언론들도 호들갑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세금 인상을 제안하거나 그 인상폭을 제한하는 중요한 내용의 주민발의안들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이들 주민발의안의 통과여부보다 한인 투표율이 더 관심사다.
선거참여를 외치는 목소리가 더 이상 진부한 타령으로 들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정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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