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제복귀’노조원들
아직도 긴장감 돌아
직장폐쇄 사태는 연방정부의 개입으로 일단 한고비를 넘겼지만 3일 낮 롱비치항은 분주한 가운데서도 긴장감이 채 가시지 않은 분위기였다.
수백 대의 대형 트럭들이 이른 아침부터 터미널 안팎을 쉴새 없이 드나들면서 항구는 오랜만에 활기 찬 모습을 되찾았으나 산더미같이 쌓인 컨테이너사이를 오가는 노조원들의 얼굴은 정부에 떠밀려 작업에 복귀한 탓인지 그리 밝아 보이지 않았다.
점심시간 캐터링 밴 앞에 모인 노조원들에게 다가가 ‘작업에 복귀한 기분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경계하는 눈빛으로 ‘노 코멘트’라는 대답만 반복했다.
그런 노조원들을 바라보는 한국 해운회사 관계자들은 속이 탄다. 항만폐쇄 때는 언제나 조업을 재개하려나 노심초사했는데 이젠 기대만큼 노조원들이 따라줄 지가 걱정이다. 24시간 풀가동은 꿈 같은 일이고 정해진 작업시간이라도 태업 없이 충실하게만 임해주면 고마운 일이다. 노조원들은 매일 오전 8시∼오후 5시, 오후 6시∼새벽 3시 2교대로 18시간 동안 일한다.
배 한 척이 입항해 컨테이너를 풀고, 실은 뒤 출항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꼬박 3일. 따라서 9일 밤부터 하역이 시작된 배는 빨라야 12일에나 출항이 가능하다. 현재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터미널에 적체돼 있는 화물 컨테이너는 약 3만개로 정상가동 때까지는 한달 이상이 걸릴 전망이다. 따라서 보통 때 통관, 택배까지 3주면 가능하면 한국행 화물은 오늘 당장 화물을 픽업하더라도 6주정도 걸려야 한국 내 화주에게 배달이 가능한 상황이다.
한진해운 롱비치지점 관계자는 “미 서부해안은 물론 부산 등 아시아 주요 항구들에도 화물이 크게 적체돼 있어 외국항에서의 신속한 하역과 선적작업을 위해 일부 선박은 소고기 등 식품류만 50%정도 싣고 출항할 것”이라며 LA발 화물의 선적지연이 불가피할 것임을 시사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해운회사 터미널지점은 그동안 갖가지 민원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한 해운회사 관계자는 “하도 스트레스를 받아 전화기, 핸드폰을 모두 꺼놓고 어디로 도망가고 싶은 생각까지 들었을 정도였다”고 털어놨다.
터미널에 찾아와 ‘중요한 수출상품이니 우선처리를 해달라’고 하는 대기업 관계자들이 있는가하면 ‘내 물건만 슬쩍 먼저 빼달라’는 얌체형, ‘오늘 물건을 못 가져가면 망한다’는 읍소형 화주도 있었다. 또 평소에는 연락도 않던 사람이 갑자기 친한 척하고 전화를 걸어 빤히 보이는 수작을 걸기도 하고, 있는 인맥은 다 동원해 ‘빽’을 쓰려는 사람들까지 있어 씁쓸할 때도 있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화주나 운송업체 모두 무작정 짐을 빼달라고 할 게 아니라 전산망을 통해 하역 스케줄부터 확인해야 한다”며 “특정 화물을 먼저 빼내려고 할 경우 전체작업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철저하게 외항에 입항한 순서대로 하역을 진행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한편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한국 의존도가 높은 라면 등 가공식품류의 경우 몇 주씩 수송 이 지연돼 재고가 바닥이 나게 되면 가격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cshah@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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