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한가족처럼 안고 ‘열광의 도가니’
16년전 ‘무너진 투수’의 씁쓸한 기억도
“카운티 최고의 날이다, 가자 월드시리즈로…” 오렌지카운티 에인절스의 팬들이 서로 한가족이 되어 부둥켜안고 울었다. 에인절스가 4일과 5일 연이어 강팀 뉴욕 양키스를 대파, 오렌지카운티를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이번 승리로 창단 42년만에 최고의 환희를 맛본 팬들은 지난 16년간의 어둔 망령을 씻는데 충분했다. 16년전 플레이오프에서 레드삭스에 쓴맛을 본 이후 에인절스는 플레이오프에 번번이 좌절, LA 다저스 그늘에서 숨죽이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어제의 에인절스가 아니다. 그 승리의 기운이 카운티 전체를 감싸고 있다.
에인절스는 미네소타 트윈스와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전을 치르며 여기서 승리할 경우 사상처음으로 월드 시리즈에 진출하는 환상적인 순간을 남겨두고 있다.
이런 축제 분위기 속에서 16년전 에인절스팀의 패전 아닌 패전투수로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해 자살한 사건이 새삼스럽게 화제가 되고 있다.
뉴포트비치 거주 드메트리아 무어(30)는 16년 전 보스턴 레드삭스와 경기에서 9회 초 아버지 도니 무어가 허용한 홈런 한방이 그녀의 가족과 아버지의 삶을 산산이 부셔버렸다며 현재 한창 열기가 뜨거운 에인절스의 경기를 보며 아버지와 자신의 삶을 담담하게 뒤돌아보고 있다.
86년 10월12일 아메리칸 챔피언 시리즈에서 에인절스는 3승1패로 앞선 상태에서 5차전을 치르고 있었다. 마무리 투수로 등장한 무어는 9회 초 투아웃에 스트라이크 한 개만 던지면 대망의 월드시리즈에 진출하는 절대적인 기회를 맞았으나 그만 투런 홈런을 허용하고 말았다.
9회말 동점을 한 에인절스는 연장전에 득점을 허용, 결국 이 게임을 지고 만다. 그래도 전적 3승2패로 앞서간 상황 있었으니 이 홈런 한방이 에인절스의 운명을 결정지은 것은 아니다. 그 후 에인절스는 계속 패배했고 목전의 월드 시리즈의 진출의 기회를 놓쳤다.
결국 2년 후 13년간의 메이저리그 선수생활을 청산하게 됐고 마이너리그에 합류했으나 1년 후 방출됐다.
야구가 인생의 전부인 무어는 그 후 우울증과 외로움에 시달려 오다 89년 7월18일 집과 결혼생활 문제로 아내와 언쟁을 벌인 것이 이승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그는 당시 8세, 11세, 17세 자녀 세 명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아내에게 총격살해하고 자신도 목숨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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