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가을 ‘만행,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의 주인공 현각 스님이 LA를 찾아 펼친 법회에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콘서트에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수많은 인파가 모여들었다. 그가 쓴 베스트 셀러의 영향 때문일까. 아니면 그토록 쉽게 내팽개쳤던 우리의 전통을 파란 눈의 이방인이 더욱 소중히 여기고 있다는 것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었을까. 그도 아니면 뿌리 잃은 현대인 모두가 갖는 근원에 대한 목마름 때문이었던 걸까.
지난 일요일 오후 LA달마사에서 있었던 법회에서 또다시 그의 법문을 대할 수 있었다. 꼭 불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마음 공부에 대한 그의 진솔한 설법은 가슴팍을 적셔 주기에 충분했다.
그는 어떻게 주말을 보낼까. 주말에 무엇을 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자신이 수행자이며 수행자의 거처는 절이라는 사실을 주지시킨다.
스스로가 살고 있는 곳을 속세라 부르는 이들은 가끔 “어디 깊은 산중에 있는 절에 암자나 얻어 한 두 달 쉬다 왔으면 좋겠다.”고 한다.
하지만 스님네들에게 있어 산사는 쉬어갈 만한 피안의 장소가 아니다. 마치 집이 보통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요, 생활 공간인 것처럼 절은 출가한 수행자들이 수행하며 생활하는 곳이다. 수유리의 화계사와 계룡산 국제선원에서 안거중인 현각 스님은 자신의 주말이 일상이요, 일상이 곧 주말이라 예기한다.
그 말은 곧 도량석 목탁 소리가 법당 앞에 울리기 시작할 제,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정리하는 것으로써, 하루를 시작한다는 의미일 터이다. 아침 종송 시간, 그를 비롯한 수행자들은 종소리와 염불 소리의 공명 가운데 아미타불에 귀의하면서 하루를 준비한다. 그리고 아침저녁 예불 시간에는 불법승 삼보에 귀의하며 스스로를 비롯한 모든 중생이 성불하기를 기원한다.
저녁 예불을 마치고 잠자리에 들 때까지 쉴 틈 없이 바쁜 일상이며 주말이지만 모든 것을 그의 스승인 숭산 큰스님의 가르침처럼 ‘오직 모를 뿐이라는 마음으로’ 행한다.
가끔씩 여가 시간이 주어지면 그의 좋은 도반 스님들과 차를 마시기도 한다. 차 마시며 오고 가는 군더더기 없는 대화와 낮은 웃음소리가 주는 평화를 그는 무척 소중히 여긴다.
스님은 다른 수행자들과 함께 산행도 자주 떠난다고. 삼각산, 지리산, 소백산... 그가 올랐던 산의 이름을 쉴 새 없이 늘어놓는 것을 듣고는 갑자기 부끄러워졌다.
분명 우리의 조국 땅인데도 이방인인 그보다 오른 산이 많지 않다는 사실이 말이다. 숭산 스님과의 질의 응답이 담긴 책, ‘선의 나침반’을 영어로 번역한 그는 최근 한국 선불교 경전 영어 번역 사업에도 정진하고 있다.
깨달음을 구하는 이들에게 주말과 주중은 다르다 할 바가 없다. 하루가 평생이요, 평생이 곧 하루인데 주말과 주중의 차이를 말해야 무엇할까.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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