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일 테러참사 당시 승무원과 승객 215명을 태우고 인천을 출발, 중간기착지인 앵커리지로 향하던 뉴욕행 대한항공(KAL) 85편 보잉 747기가 하이재커들에게 공중납치된 것으로 오인돼 피격직전의 위기상황에 몰렸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USA 투데이지가 13일 알래스카 앵커리지 관제탑과 북미 대공방위사령부(NORAD)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KAL 85편의 위기는 뉴욕의 쌍둥이 빌딩이 공격당한 직후인 이날 오전 11시8분(이하 동부시간), 미국을 향하는 모든 여객기의 시그널을 점검하던 메릴랜드주의 민간 레이다관제회사 ARINC가 KAL기가 발송한 ‘HJK’라는 메시지를 발견하면서 시작됐다. HJK는 공중피납을 뜻하는 영문약자.
대한항공에 따르면 이 메시지는 KAL 85편 조종사들이 여객기 납치사건에 대해 얘기하면서 사용한 것이었으나 ARINC는 이를 피랍 여객기의 구조요청으로 간주, 연방항공국(FAA)과 NORAD에 보고했고 이에 따라 KAL기를 추적하기 위해 에멘도프 공군기지에서 F-15 전투기 2대가 긴급 발진했다.
KAL기가 오후 1시께 앵커리지 영공에 들어서자 관제탑은 조종사들에게 암호로 기체의 피랍여부를 질문했다. 놀랍게도 KAL기 조종사들은 레이더 자동송수신기인 트랜스폰더를 통해 피랍 경보 ‘7500’을 발송했다. 이같은 실책에 대한 자세한 내막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조종사들이 관제탑의 연락을 트랜스폰더를 고치라는 지시로 오해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KAL기가 피랍 경보를 울리며 앵커리지로 접근하자 알래스카 주지사는 시내 연방 건물과 호텔에 긴급 대피령을 내렸고 NORAD는 KAL기가 앵커리지나 인근 발데즈 원유시설에 계속 접근할 경우 격추할 것이라고 관제탑에 통고했다.
KAL기는 관제탑의 최후통첩에 따라 앵커리지를 비껴 이날 오후 2시45분 캐나다의 화이트호스에 착륙함으로써 간신히 위기를 넘겼으나 이 과정에서도 경유지에서 500마일 떨어진 지점까지 갈 연료가 충분치 않아 시종 긴장감이 감돌았다. KAL 85편의 조종사와 부조종사는 비상착륙후 총을 겨눈 연방요원들에 둘러싸인채 여객기에서 내렸으며, 이때서야 KAL기 피랍 신호가 잘못된 것이었음이 확인됐다.
<우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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