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버님께서는 애를 많이 낳아야 똑똑한 애가 나올 확률도 많다고 믿으셔서 아이를 넷은 두어야겠다고 생각하시고 나도 넷은 갖고 싶었다. 그러나 입덧이 워낙 심해 중도에 포기했는데 그래도 미련이 남으신 아버님은 끝에 아이를 누가 막내냐고 물으면 셋째라고 우기시며 은근히 내게 압력을 넣으셨다. 문제는 셋 중 위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는 그래도 남들이 좋다는 대학엘 갔는데 막내 남자아이는 공부를 못 하는 것이었다. 성적표를 받으면 비실비실(BCBC)이거나 시들시들(CDCD)로 내 친구들 중에 아이가 공부를 못해 속썩는 것을 보고 뭐 그렇게 까지 속이 썩나했는데 내게 닥치니 그게 아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자기가 학교신문에 크게 났는데 잊어버리고 학교에 두고 왔다고 했다. 그러면 그렇지 하면서 일단 온 식구가 나가서 멋지게 외식을 하고 들어왔다. 다음날 신문에 자랑스런 아이의 글을 아무리 찾아도 없고 사진을 가리키는데 보니 우리 아이 바지 뒷모습만 대문짝 만하게 나와있었다. 유행의 첨단이라는 타이틀 아래 바지 통이 왕창 넓은 힙합바지 스타일의 우리 아이 엉덩이를 찍은 것이었다. 허리 싸이즈가 29인데 42를 입으니 당연 장원으로 뽑힌 모양으로 코메디 그 자체였다. 세 아이를 키우면서 매를 한번도 댄 적이 없었는데 지난번 성적표를 보곤 머리를 냅다 몇 대 쥐어박고 보니 때리는 사람의 심정을 알 것 같았다. 그날 밤 곰곰이 생각하니 분명 나 아니면 남편의 머리를 닮았을 아이가 공부가 힘들고 어렵다는 데 이렇게 계속 나무라기만 할 일은 절대 아닌 것 같았다. 그 애가 세상구경 하겠다고 신청한 것도 아닌데 맘대로 낳아놓고, 공부공부 하면서 야단만 치고 있으니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얼마 안 있어 대학에 가게되어 집을 떠나면 같이 살 일이 영영 없을지도 모를 아이. 그 날부터 공부는 빼고 생긴 대로 보자 작정하니 그 아이의 좋은 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착하고 정직하고 유우머도 있고 정도 많고 제 머리는 꼭 제가 깎고. 그 후 너 있는 그대로를 사랑한다는 나의 태도 변화는 우리의 관계를 몰라보게 좋아지게 했다. 점점 오르는 아이성적을 보며 어떤 종류의 문제아도 실은 문제부모에서 오지 않나 다시 생각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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