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때 아버지가 성을 Huh에서 Hurh로 바꾸셨어요. 이후 이름을 기입할 때 틀리면 기분나빠 했어요. 이제 미국인 남자와 결혼해서 남편 성을 쓰려하니 매일 이름에서나마 느낄 수 있는 제 정체성이 없어지는 것 같아 아버지 성을 그대로 쓰기로 했어요.”
뉴욕에서 태어난 에스더 허(사진)씨는 노스웨스턴대학교 재학시절 전교생의 15-20%가 아시안계인데 비해 학교측에서 아시안 학과가 없는 것에 항의 운동을 했었다. 대학을 졸업한지 7년을 맞는 그는 유태인 권리옹호 단체인 ADL(Anti-Defamation League) 시카고 지부에서 유일한 아시안으로 인종 혐오 방지를 위해 맹렬히 뛰고 있다.
“골수 운동파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고집은 분명히 센 것 같아요. 결혼식도 전통 혼례와 일반 혼례로 나눠 두 번을 치렀거든요. 뭔가 잘못됐다고 느낄 때는 언제나 목소리를 높일 준비는 돼 있지요.”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는 허씨는 대학시절 아시안 아메리칸 자문위원회 결성, 아시안 스터디 개설을 위해 목소리를 높일 때 ADL의 도움을 받았다. 대학 졸업후 시카고 역사회를 거쳐 시카고 케어즈에서 일하다 5년전에 ADL과 인연을 맺었다. 그때부터 인종혐오, 성차별 등 차별 관련 교육을 주관하는 부서에서 일하기 시작, 지금은 부디렉터로 일하고 있다.
“ADL은 인종혐오 관련 일을 하는 인권단체여서 백인우월주의를 외치는 단체들과 부딪힐 때가 있어요. 2-3년전 디케이터 소재 공립 도서관에서 인종혐오 방지 관련 세미나를 개최할 때입니다. 초대 손님중 한 명이 세계 창조주의 교회의 멤버였어요. 갑자기 백인 우월 종교를 운운하기 시작하는데 어떤 돌발적인 행동을 할지 알 수 없어 연단에서 속으로 덜덜 떨고 있었어요. 제 생에 가장 두려움을 느꼈던 경험인 것 같아요.”
인종혐오 사건 방지를 위해 학생, 교사, 학부모 등 각계각층을 대상으로 계몽 세미나를 관장하는 그는 한인타운에서도 도움을 요청하면 언제든지 시간을 할애하겠다고 했다. 자신을 ‘아시안 중 한인’이라고 말하며 자녀가 생기면 ‘허’씨 성과 남편의 성을 하이폰으로 연결할 것을 고려중에 있다고 했다. 허씨는 허 련씨와 허정혜씨의 2남1녀 중 맏딸이다.
이정화기자ch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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