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0년 전의 일이다. 서울에 있는 한 일간신문에서 일할 때, 기자는 UC버클리의 초청연구원 자격으로 1년간 베이지역에서 머문 적이 있다.
당시 기자는 학교, 식당, 공원 어디를 가나 남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미국인들을 거의 만나지 못했다. 길을 잘 몰라 운전할 때 늘 헤맸지만, 뒤차로부터 빨리 가라고 빵빵거리는 재촉을 받은 기억이 별로 없다.
운이 좋아서 만은 아닐 것이다. 미국인들의 친절과 예의가 그만큼 생활화돼 있기 때문일 것이다.
몇 년이 지나 다시 미국에 온 후 기자는 미국인들이 전과 많이 달라졌음을 느낀다.
공공장소에서 함부로 휴대폰으로 떠들어대는 모습을 쉽게 본다. 자동차 운전도 무모할 정도로 공격적이다. 외국인을 대하는 태도도 많이 불친절해졌다.
이것은 기자 혼자만의 생각이 아닌 것 같다. 미국인들 스스로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 소재 비영리 민간 조사기관인 `퍼블릭 아젠다’가 미국 성인남녀 2,013명을 대상으로 지난 1월 미국인들의 예의범절 실태에 대한 여론조사를 한 결과 ‘미국인들이 갈수록 무례해지고 있다’고 나왔다는 것이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의 79%가 타인에 대한 존경과 예의 부족이 미국 사회가 당면한 심각한 문제라고 답했다. 특히 61%는 미국민들의 무례함이 최근 수년 간 더 악화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물건을 사러 상점에 들어갔다가 불친절로 인해 상점을 그대로 나온 경험이 있다고 했다. 시끄럽고 불쾌한 방식으로 휴대폰 통화를 하는 미국인을 목격했다는 응답자도 절반이나 됐다.
또 미국인 자동차 운전자 10명 중 6명은 다른 운전자들이 남을 배려하지 않고 공격적으로 운전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답변했다. 또 자신들 역시 종종 공격적으로 운전을 한 경험이 있거나 비속어를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인정한 응답자도 각각 3분의 1이 넘었다.
기자는 미국인들의 생활이 그만큼 복잡해지고 각박해진데 따른 것이라고 본다. 도시화가 가속화되면서 그동안 미국사회를 지탱했던 공동체 조직이 느슨해지고 사회적 고립감이 심화된 데 따른 현상이다.
친절과 예의는 미국사회를 이끌어 가는 힘의 원천이다. 세계 각 국 사람들이 미국인들을 존경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만약 미국인들이 친절과 예의를 잃는다면 미국도 다른 나라와 별반 다를 것이 없는 나라가 되고 말 것이다.
이것은 미국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에 사는 모든 민족들의 문제다. 문제가 더 심각해지기 전에 미국에 사는 우리 모두가 스스로 자신들을 다잡아야 할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나온 대처방법 ‘지나친 친절로 대하거나 아예 무시해라’는 진정한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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