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사랑의 기다림과 아픔과 그리고 기쁨을 우화식으로 그린 시적 서정성이 배어 있는 로맨틱한 영화다. ‘쉘부르의 우산’을 만든 프랑스의 자크 데미의 1961년 감독 데뷔작인데 "우리는 필름과 카메라의 배우들만 가졌었다"는 말대로 세트와 의상과 조명 없이 항구도시 낭트에서 찍었다.
매우 검소하며 간략한 형식미 속에 우연과 운명적 만남에 의해 연결되는 사람들의 사랑과 이별과 동경과 기다림이 아름다운 꿈처럼 펼쳐진다. ‘쉘부르의 우산’의 음악을 작곡한 미셸 르그랑의 재즈와 댄스뮤직 및 고전음악을 잘 섞은 음악도 좋고 아름다운 흑백화면도 최고. 이번에 새 프린트로 나왔다.
낭트의 해군과 선원들을 위한 카바레 엘도라도의 댄서 롤라(생명력 넘치는 아눅 에메가 고혹적이다)는 7년 전 자신을 임신시킨 뒤 미국으로 떠난 연인 미셸(자크 아르당)을 일편단심 기다리며 산다. 롤라의 큰 기쁨은 어린 아들을 키우는 것.
롤라를 좋아하는 남자는 미해군 프랭키(앨란 스캇). 여기에 롤라의 어릴 적 남자동무 롤랑(마크 미셸)이 우연히 롤라 앞에 나타나며 묘한 삼각관계가 인다.
영화는 여기에 14세 소녀 세실(아니 뒤프루)과 30대인 소녀의 어머니를 등장시켜 롤라의 과거와 미래를 현재 속에 밀어놓는다. 그리고 프랭키와 롤랑으로 하여금 이 두 여인과 인연을 맺게 하면서 롤라의 삶이 원무곡을 춘다. 꼭 보시도록. 28일까지 뉴아트(310-478-6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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