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뮌헨 올림픽 농구 결승전에서 미국팀이 올림픽 농구 사상 처음으로 패배했다. 이때 심판의 편파판정이 도마 위에 올랐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때는 복싱심판이 한국과 미국선수의 결승전에서 한국 측으로부터 매수돼 한국선수에 유리한 판정을 내렸다는 구설수에 올랐었다.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리고 있는 2002년 동계올림픽 페어(pair) 피겨 스케이팅 부문에서도 판정시비가 붙어 팬은 물론 올림픽 정신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단 한번의 실수도 범하지 않고 거의 완벽한 연기를 한 캐나다의 제이미 세일-데이빗 펠레티 조가 명백한 실수를 한 러시아의 엘레나 베레즈나야-안톤 시카룰리제 조에게 판정패 당해 금메달을 놓친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러시아 선수들은 빼어난 팀웍을 갖고 있지만 캐나다 팀이 더 잘했다"며 점잖게 논평하는 팬이 있는가 하면, "피겨 스케이팅을 잘 몰라도 우열을 가릴 수 있을 정도였으니 심사위원의 자격을 의심치 않을 수 없다"며 심사위원들의 자격박탈을 요구하는 팬, "피겨 스케이팅 역사에서 이처럼 추악한 일은 처음"이라며 거품을 무는 팬, "그들은 도둑"이라며 험한 말을 서슴지 않는 팬 등 다양하다. 한마디로 "이번 판정은 잘못된 것"이란 얘기다.
이같은 반발에 "실수는 했지만 예술성은 뛰어났다"며 러시아의 우승에 동의한다는 팬들도 더러 있다. "캐나다 팀이 응원을 많이 받은 것은 캐나다와 미국 관중이 압도적이었기 때문"이라며 박수소리로 심판할 수만은 없다는 팬도 있다. "지난해 밴쿠버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심사위원들이 판정을 잘못해 러시아 팀보다 실력이 떨어진 캐나다 팀에 우승을 안겨준 것에 대한 응보"라며 이번 판정을 합리화하려는 주장도 있다.
9명의 심사위원 중 러시아 팀의 손을 들어준 5명의 출신국이 러시아, 중국, 폴란드, 프랑스, 우크라이나이며 캐나다 팀에 높은 점수를 준 4명은 미국, 캐나다, 일본, 독일 출신으로 드러나면서 "냉전체제 아래서 쉽게 볼 수 있던 정치적 블록화 현상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일부에선 "러시아 팀을 편든 나라들은 부시 행정부의 테러와의 전쟁에 비판적이거나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다는 공통점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캐나다 편을 든 4개국은 묘하게도 테러와의 전쟁에 적극 동참한 나라들이다.
프랑스 심사위원과 러시아 심사위원의 공모설이 떠오르면서 국제 스케이팅연맹이 이번 판정과 관련된 일을 조사할 방침이니 어떻게든 결과는 나오겠지만 피겨 스케이팅이 상처를 입을까 걱정하는 팬들이 다수다. ‘냉전식 블록화’이든 ‘테러와의 전쟁 블록화’이든 정치적 요인이 스포츠 정신을 갉아먹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올림픽을 아끼는 사람들의 바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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