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를 하는 30대 중반의 한인 이모씨 부부(라크레센타 거주)는 다섯살 난 아들이 유치원에 들어간 후 고민이 많아졌다. 매주 유치원 교사가 집으로 보내는 통지문에 아이가 영어를 잘 이해 못하는 것 같다는 평가를 계속 보내오고 있기 때문이다. 주로 할머니가 보살펴주고 있는 이군은 미국에서 태어난 2세이지만 집에서 한국말만 사용하다보니 오히려 학교에 가서 영어 실력이 달리게 된 것. 이씨 부부는 고민 끝에 이웃집 미국인 대학생에게 시간당 50달러를 주고 영어 가정교사를 시키기로 했다.
지난 가을 초등학교에 입학한 한인 2세 정모(6·치노힐스)양도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영어 때문에 학교에 잘 적응을 못하고 있는 경우. 집어서 한국말로만 의사소통을 해와 영어 어휘가 달리고 발음이 한국식인 정양은 반 동료들이 대부분 백인인 학교에서 친구를 사귀지 못해 부모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처럼 미국에서 태어난 한인 2세 어린이들 중 취학 연령이 되어서도 오히려 영어가 달려 한인 부모들의 애를 태우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선 교육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캘리포니아주내 공립학교에서는 부모의 제1 언어가 영어가 아닌 학생들의 경우 취학이나 전입시 학업을 위한 영어 구사력 판단을 위해 가주영어개발시험(CELDT)을 치러야 하는데 여기에서 영어 실력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는 한인 2세 어린이들이 상당수에 달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한인 2세 아이들 중에서 갓 이민온 학생들과 함께 이중언어 교육을 받거나 방과후나 방학기간을 이용 ESL 보충수업을 들어야 하는 학생들이 많으며 심지어 한국말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데다가 학교에서 학업을 위한 영어 실력도 갖추지 못하는 등 이도 저도 못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
이에 대해 교육전문가들은 가정에서 한국말만 사용하는 학생의 경우 일상적인 의사소통을 넘어 학업 수행을 위한 체계적 영어를 접할 기회가 한정돼 있기 때문이라며 자녀들에게 취학 전에 한가지 언어라도 제대로 구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156가 초등학교의 에스더 김 교장은 "한인 부모들 가운데 자녀들이 미국에서 태어나면 저절로 영어를 잘 하겠지 하는 생각을 버리고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혀 언어능력이 발달되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윌튼 초등학교의 엘렌 박 교감 "한국말을 잘하고 어휘가 풍부한 학생들은 시간이 지나면 영어도 문제가 없게 되므로 한인 부모들이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한 언어라도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게 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종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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