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영식 <조얼씨구회 회원, 볼티모어, 메릴랜드>
임오년(壬午年) 새해 아침이 밝아왔다.
연초에 우연히 동양 고전을 읽다가 우리 모두에게 유익할 것 같아 한 문장을 소개하고자 한다. "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歲寒然後 知松柏之後彫: 날씨가 추워진 연후에야 소나무, 잣나무가 비로소 상록수임을 알 수 있다)"
이 말은 논어 ‘자한’ 편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한여름 녹음이 무성할 때는 낙엽수든 상록수든 간에 다 푸르지만 일단 날씨가 추워지고 나면 낙엽수는 잎이 우수수 떨어지고 상록수만 푸른 제 빛을 지니며 남아 있다.
이것은 우리 사람의 삶에서도 마찬가지 인 것 같다. 좋을 때야 너도나도 다 친구라고 나서지만 막상 어려운 지경에 처해 있으면 그 많던 친구는 어디로 다 가버리고 남은 건 나 혼자 뿐이다. 만약 어려울 때에도 끝까지 내 곁에 남아서 나를 도와주는 친구가 있다면 그 친구야말로 정말 상록수와도 같은 친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조선시대 최고의 명필인 추사(秋史) 김정희 선생은 만년에 제주도에서 귀양살이를 하였다. 초기에는 왕래하는 친구가 있더니만 세월이 가도 추사에게 복직, 복권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왕래가 잦던 친구들의 발길이 다 끊기게 되었다. 그러나 이상적이라는 친구만은 끝까지 추사를 버리지 않았다. 어렵게 시간을 내어 추사를 만났고 그때마다 필요한 자료를 주고 최선을 다해 도와주었다. 그러한 이상적 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상록수인 소나무와 잣나무가 있는 문인 산수화 한 폭을 그려 주었던 것이 바로 그 유명한 추사의 "세한도(歲寒圖)"이다.
오죽했으면 우리 속담에 "정승 집 강아지가 죽으면 조문객으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정승자신이 죽으면 조문객이 뜸하다"라는 말까지 있었을까!
요사이 경제적으로도 모두 위축되고 지금은 추위까지도 더해지는 새해 초이다. 이러한 어려운 때에 특히 우리 다같이 지혜를 모아 서로 모두에게 상록수와 같은 따뜻한 친구와 좋은 이웃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며 한해를 보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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