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의 눈] 맹목적 비난 아닌 건전한 비판을
난 두 번째로 나쁜 기자다!
‘웬 뜬금 없는 이야기인가’ 의아한 독자들을 위해 상황 설명이 필요하다.
지난 연말 한 인기그룹의 팬 클럽 사이트에선 <2001 하반기 스포츠신문 워스트 기자대상 뽑기>라는 이벤트가 벌어졌고, 본 기자가 2위를 차지했다. 일단 팬들이 지목한 ‘워스트 2위’라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몰래 충격을 달래고 있는데 더욱 놀랄 일을 알게 됐다. 내 앞에 있는 1등의 정체였다. 함께 가요 담당으로 활동하고 있는 선배(정교민 기자)였다. 같은 신문사의 가요 기자 두 명이 1,2위를 차지했던 것이다. 정교민 기자는 압도적인 지지(?)의 1위였다.
그러면 3위는? 역시 타 스포츠지의 가요 기자였다. 선정 대상에서 애초부터 제외한 종합 일간지의 가요 기자를 기어코 워스트 기자로 뽑지 못해 안타까워 하는 팬들도 있었다. 결국 각 신문의 가요 담당 기자가 나쁜 기자로 주로 지목됐던 것이다.
도대체 가요 기자들은 왜 이렇게 팬이나 독자들에게 욕 먹을까. 진짜 욕 먹을짓을 한 걸까.
여기서 기자는 한가지 현상을 읽었다. 인기 가수 팬 클럽의 열성과 뜨거운 애정이다.
그 애정은 분명 가요 발전에 상당한 기여를 한다. 일부 기사가 비뚤어지지 않도록 감시자 역을 수행하기도 한다. 덕분에 가요 기자들은 보다 정확한 기사를 쓰려고 애쓴다.
하지만 때론 엉뚱한 곳에서, 엉뚱한 일을 일으킨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또 때론 맹목적인 시각을 요구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가수에 대해 불리한 내용이 아니더라도 마음에 안들면 일제히 공격하는 경향도 있다.
때문에 모든 가요 기사엔 격려과 비난이 쇄도한다. 물론 격려와 비난의 성격상 비난이 훨씬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 비난 가운데는 어린 여학생들의 ‘밤길에 뒤통수 조심해라’ ‘너 죽고 싶어 환장했냐’는 등의 무시무시한 글들이 1,000여 통 씩 차지하기도 한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 기자들은 H.O.T 신화 god 등 열혈팬을 거느리고 있는그룹 관련 기사를 은연 중에 피하게 된다.
이는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그렇다고 팬 클럽에게 인기 가수에 대한 애정을 회수하라는 주문은 아니다.
거꾸로 무시무시한 욕이나 인신 공격이 아니라 기자의 허를 찌르는, 기사의 질적부족함을 지적하는 맹공격을 부탁할 뿐이다. 가요 발전에 기여한 팬 클럽이 또 다른 차원에서 가요계를 업그레이드시킬 기회를 스스로 봉쇄하지 않길 간곡하게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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