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새해를 맞았다. 새로운 밀레니엄의 원년 2001년은 9월11일 테러사건의 상처를 안고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초대 기독교의 거성 히포의 감독 어거스틴은 시간은 미래에서 현재로 거쳐 과거로 사라지고 인간은 과거에서 현재를 거쳐 미래를 향해간다는 종말론적 시간관을 피력하였다. 시간과 인간이 어느 특정 공간에서 만나 이루는 모든 활동을 우리는 역사라고 부른다. 우리가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갈 것인가에 대한 추론이 분분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철학가 하이데거가 말한 대로 우리는 이 땅에 던져졌고 어디론가 가고 있음이다.

새해 첫달 우리의 질문은 과연 어떤 삶, 혹은 역사를 만들어갈 때 가장 성공적이며 가치 있는 삶이었다고 새로운 한해의 마지막에 서서 자평할 수 있을까이다. 그것은 분명한 목적의식을 정한 삶을 지금 시작하는 것이다.

즉 한해의 출발 선상에서 한해동안 진정으로 하고 싶고 이루고 싶은 소원을 미리 설정해 놓고 새해를 시작하는 것이다. 이것을 성경에서는 비전을 갖는다는 말로 표현하였고 이런 비전이 없는 삶은 이미 실패한 삶으로 단정하였다. 사실 비전 혹은 목적의식을 갖고 새해를 시작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1492년 컬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였을 때 그의 마음속에는 신대륙 발견의 이상(ideal)을 품고 모험을 통하여 그것을 이루고자 하는 강렬한 열망과 실천이 있었다. 그래서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지금도 현존하며 세계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강력한 주도적 문명은 항상 원대한 이상을 가진 창조적 소수집단의 리더십에 의하여 주도되고 있음을 갈파하였다.

성공적인 새해의 시작과 마침은 분명한 목적 설정과 더불어 이미 정한 목표가 진정으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이미 이루어진 것처럼 머리 속으로 상상해 보는 작업(visualization)이 필요하다. 우리 시대 세계 최대의 기독교 신자수를 보유하고 있는 서울 여의도 순복음교회의 조용기 목사는 40년 전인 1960년대 개척교회를 시작하면서 이미 세계에서 제일가는 목회자의 꿈을 꾸고 그 꿈이 이미 이루어진 것처럼 여기면서 살아온 일화를 우리가 듣는다. 이미 정한 좋은 생의 목표나 비전이 이미 이루어진 것처럼 상상하는 것을 성경에서는 믿음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목적이나 비전을 정하고 그것이 이미 이루어진 것처럼 여기는 믿음의 위력은 사실 대단한 것이다.

끝으로 새해의 시작에서 끝을 염두에 두고 그것이 이미 이루어진 것처럼 상상하고 믿는 것과 함께 우리의 삶이 진정으로 성공적인 것이 되려면 우리의 소원은 인류 모두가 공감하고 희구하는 보편적인 가치와 부합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 점에 있어서 70년대 세계 외교가를 풍미한 헨리 키신저 장관은 수퍼스타와 영웅의 차이를 이렇게 일갈하였다. 수퍼스타는 사람들의 갈채를 열망하나 영웅은 홀로 자기의 길을 걸어가며 수퍼스타는 사람들의 여론에 신경을 쓰나 영웅은 역사 앞에서의 심판에 신경을 쓴다. 수퍼스타는 얼마나 사람들의 지지를 끌어 모았는가에서 성공을 논하지만 영웅은 인류 공영의 바른 가치가 자기를 통하여 얼마나 이루어졌는가에서 성공을 논한다. 그렇다. 선명한 목적을 정하고 그것이 이미 이루어진 듯이 믿으면서 열심히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참으로 가치 있는 것이 되려면 우리는 그것을 얼마나 성실한 수단과 방법으로 이루었는가에 달려 있게 될 것이다. 새해는 우리 모두 이렇게 한번 살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