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에세이
▶ 조윤성 <부국장겸 특집1부 부장>
한국의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가 몇개월전 창간 1년을 맞아 대통령과 특별회견을 가졌을 때 기존 언론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보잘것없는 것으로 여겼던 일천한 역사의 인터넷 신문이 수십년된 다른 언론들도 눈치보며 하는 대통령 회견을 성사시킨 것을 놓고 "인터넷 시대를 실감했다"고 평한 사람들이 많았다.
자본력도 별로이고 인력 규모도 그저 그런 이 신문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그 원천은 바로 ‘시민기자’들이다. 오마이뉴스에서는 누구나 기자가 될 수 있다. 이 신문의 시민기자는 지금 1만3,000명을 넘어섰다. 언론의 취재력이 채 미치지 못하는 사회 구석구석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시민기자들을 통해 오마이뉴스에 올려진다.
그러다 보니 부작용도 없지는 않은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안언론’으로서 인정을 받는 것은 바로 시민기자들의 적극적인 참여 때문이다. 상상해 보라. 엄청난 수의 ‘기자’들이 이 신문에 올리는 정보의 양을. 가히 언론의 새로운 시민혁명이라 부를 만한 현상이다.
인터넷 시대에 오프라인 언론들은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달라진 라이프 스타일과 인터넷 매체 이용증가 등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미국의 경우 월스트릿 저널에 따르면 가구 수와 구독신문 비율인 이른바 신문의 ‘시장 침투율’이 지난 1950년에는 무려 124%에 달했으나 현재는 53% 정도에 머물고 있다.
그런 가운데서도 일부 지방 신문들은 오히려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표적인 신문이 노스캐롤라이나의 1만4,000가구의 작은 도시 던에서 발행되는 ‘데일리 레코드’지이다. 시장 침투율이 112%라니 다른 동네에서도 이 신문을 사보거나 같은 신문을 2부 이상 보는 가구가 적지 않다는 말이다.
그 비결은 간단하다. 독자가 자신을 신문의 주인으로 느끼도록 하는데 있다. "누구네 집 강아지가 죽었다"는 스토리도 이 신문에서는 훌륭한 기사거리가 된다. 그러다 보니 이런 급성장 커뮤니티 신문들에는 동네 주민들의 이름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오른다.
이런 현상들이 뜻하는 것은 자명하다. 그것은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언론이 진정한 생명력을 지니려면 독자와 같이 호흡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신문과 독자가 같이 호흡한다는 것은 ‘일방향’이 아니라 ‘쌍방향’을 의미한다. 신문이 거의 일방적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독자들은 수용만 하던 지금까지의 정보유통 패턴에서 벗어나 독자들 자신이 정보제공자로서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전혀 돌지 않는 채 금고 속에서만 잠자는 돈은 종이조각에 불과하다. 돈이 교환수단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하려면 활발히 돌아야 한다. 정보도 마찬가지이다. 정보도 돌고 돌아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될 때 진정한 가치를 지니게 된다 그런 점에서 정보제공자로서의 독자 참여는 신문의 성장전략 차원을 뛰어 넘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본보 지면에도 점차 많은 독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갖가지 제보도 그렇고 오피니언면에 귀한 원고를 보내주는 이도 적지 않다. 또 레저와 위크엔드등 지면에 좋은 식당, 취미생활, 훌륭한 여행지 등 자신의 체험과 노하우를 보내 주는 독자들에게도 깊은 고마움을 느낀다. 독자들이 겪는 사소한 일 하나하나, 그리고 다녀온 곳 한곳 한곳 모두가 서로 나눠 가질만한 가치가 있는 훌륭한 정보들이다. 그런 만큼 정보제공에 벽을 느낄 이유와 필요가 전혀 없다.
독자 한사람 한사람이 기자가 돼 만드는 신문. 한가지씩 음식을 해 와 벌이는 파트 락 파티의 풍성함을 떠올려 보자. 얼마나 정보의 식탁이 풍요로워 지겠는가. 더욱 많은 ‘독자 기자’들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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