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몇달 동안은 40년 전으로 돌아가서 살고 있었던 것 같다. 공연 준비라는 것이 내 모든 시간과 감각까지도 몰두하지 않으면 안되게끔 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나이 들면서 인생의 의미와 무게가 진지해져가기 때문인 것도 같다.
한번 밖에는 지나갈 수 없는 곳, 즉 저마다의 인생을 살면서 누구나가 한번쯤은 생각에 잠기지 않을 수 없겠다. <춤판>, 한국의 전통무용이로 예술이고 한국의 얼이고, 문화이고… 그것을 전래하는 나는 한국의 딸이라고 자부하면서 살아온 전 생애다.
미국에 와서 살다보면, 생활의 윤택함과 편안함을 위해 다른 직업과 비즈니스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는 예술인의 실정이어서 나도 예외없이 한동안 그렇게도 해보았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곧 이 자리로 돌아오고야 마는 자신을 어쩌랴. 미국이민 20여년 동안 그렇게 생활과 예술 사이에서 무단히 애쓰며 살아온 나날들을 오늘, 되돌아 본다.
11월 10일, 11월 10일 토요일... 중얼거리며 걸어가고 있는 나 자신의 소리를 내가 듣는다. 몇년 전 행사 준비를 시작했다가 아버님이 돌아가시게 되어 중단했던 공연을 드디어 막을 열게 되었다. 이순이 되어가면서도 부모님께서 반대하셨던 춤꾼의 길을 한번쯤은 인정받고 싶었고 훌륭한 공연으로 불효를 용서받고 싶었던 마음에서였다. 그러나 그 해 아버님은 돌아가셨고 나는 이 길을 게속하여 걸어왔다.
어린 아이들부터 육순이 되어가는 어른까지 한 무대에서 춤을 추고 함께 뛰는 현장에서 나는 살아온 기쁨을 만끽한다. 누구라도 이 보람과 기쁨을 함께 느끼기에 초대하고 싶다. 미국에 살면서 물론 미국교육을 받고 있는 아이들이 하루도 빠짐없이 연습에 나오고, 뒷바라지 하는 부모님들의 정성을 보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사명감을 느낀다.
다른 운동이나 보다 쉬운 취미생활을 할 수 있었을텐데도 유독 이 길을 함께 가고자 열심히 어느 나이의 그룹보다 성실하게 연습해 오고 있는 학원생들을 보면 가끔 몰래 눈물이 난다.
11월 10일 토요일 8시에 그동안 심신을 다하여 준비해온 한국민속예술원의 <춤판>을 라과디아 공연장에서 연다. 정말 이 감사와 감격을 어떻게 말로만 표현할 수 없다. 그러나 내가 진정 바라는 것은 이런 행사의 발표를 하면서 우리의 근본, 정체성의 확립과 한국의 아들, 한국의 딸임을 진정으로 인식하게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미국에 사는 한국의 자손이 어떻게 살아가게 될까 하는 것은 우리가 무엇을 진정으로 바라는가에 달려있다. 문화와 정신적 자산을 잃지 않고 키워나갈 마음자세를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다.
어떤 행사를 준비하거나 참여하는 것 하나만도 힘들이지 않고 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더구나 이런 소신과 민족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살아가는 일이 늘 힘나고 보람 있지만은 않다. 때로는 서늘한 마음 회의적으로 착찹해질 때도 있다. 그래도 나는 변함없이 내 문화 내 나라의 소리가 이 땅에 가득하고 우리의 아이들이 즐기고 편안하게 접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기 때문에 오늘도 목이 쉬도록 소리를 지르며 연습을 시킨다. 내일 내가 땅을 떠나도 아이들의 마음과 머리 속에 남아있을 우리의 아름다운 문화를 춤가락 속에 남기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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