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LA꽃동네를 방문한 오웅진신부의 특별강론을 들었다. 그는 ‘얻어 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그것은 주님의 은총’임을 깨닫고 25년전 ‘의지할 곳 없고 얻어먹을 수 있는 힘조차 없는 사람들을 위한 사랑의 공동체-꽃동네’를 충청도 음성에 설립했다.
자신도 걸인이면서 무려 40년을 자신보다 못한 걸인들을 보살폈던 최귀동 할아버지를 만나면서 그는 불우이웃을 위해 일생을 바치겠다고 결심했다. 그가 직접 시멘트 벽돌을 찍으면서 시작한 꽃동네는 그동안 가평과 필리핀, 미국 꽃동네와 사회복지대학, 사랑의 연수원까지 탄생시켰다. 25년간 꽃동네는 1만여명에게 치유와 구원의 요람을 제공했다.
그는 인간의 삶을 3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이기주의적 삶과 개인주의적 삶, 이타주의적 삶이다. 이기주의적 삶은 만나기만 하면 남 흠잡는 사람이나 온갖 불화와 분열, 싸움의 근원을 제공하는 사람이 사는 방식이다. 물론 결과는 파멸이다.
개인주의적 삶은 ‘나 벌어서 나 먹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울타리를 쌓고 사는 것이다. 이들 은 직접적으로 남을 해치지는 않지만 영적, 인적 빈곤으로 고달프기 짝이 없다. 어디가든지 환영이나 위로도 받을 곳도 없어 미래가 황폐하다.
그러나 이타주의적 삶을 사는 사람들은 사랑이 가득해서 자신보다는 타인을 행복하고 기쁘게 하는 일만 찾는다. 거지 근성이 배제된 이런 삶은 본인은 물론 주변까지 환하게 밝힌다. 거지란 무엇인가? 그는 지난 25년간 의지 가지 없는 걸인들을 거두면서 미국과 독일, 영국, 일본, 아시아등 전세계 거지들의 속성을 연구한 결과 공통점을 찾았다고 한다. ‘거지란 달랄 줄만 알고 줄 줄은 모르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인간에게는 상중하의 정도 차이가 있을 뿐 모두 거지근성이 있다. 시집 간 딸이 친정에만 가면 뭔가 집어 올려고 하는 것에서부터 내 것은 아끼면서 남의 것은 물쓰듯 하는 것도 거지근성이요, 내 집 편안하다고 불우 이웃에 관심 없는 것도 거지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미국 자존심의 상징인 월드 트레이드센터가 테러공격에 어이없이 무너져 내리고 들끓는 분노속에 보복 전쟁이 시작되고 이제는 듣지도 못했던 탄저균 때문에 주변이 온통 난리다.
경제는 바닥을 기고 불안한 사람들은 방독면을 사고 편지 뜯기를 겁내고 예방백신을 사느라 아우성이다. 무고한 수천명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믿음이란 명제앞에 무심했던 사람들도 교회나 각자가 믿는 신 앞에 모여들고 있다.
일반 축제나 집회등은 테러이후 취소되거나 규모가 축소되는데 비해 교회나 기타 종교의 기도나 찬양모임은 훨씬 많아지고 진지해지고 예배 참석률도 늘어났다. 교회내부 싸움도 소리가 낮아졌다. 문명과 과학을 비웃는 작금의 사태는 기고만장해졌던 인간을 낮아지라고 교육시키고 있는 것도 같다.
그래서 요즘 모든 종교지도자들의 화두는 ‘이런 때 일수록’이다. 꽃동네 오신부도 그에 대한 답변으로 사랑 나누기를 제 1 처방으로 꼽았다. 다른 개신교나 카톨릭교 지도자들도 이런 때 일수록 기독교의 핵심정신인 사랑을 주변에 펼쳐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폭력의 악순환을 초래할 전쟁을 반대하고 오히려 아프간 난민구호에 손을 뻗어야 한다고 말한다.
북한이나 북한접경 중국, 또 인도에서까지 ‘자연은 아름답고 사회는 평화롭고 개인은 행복한 나라’구현에 앞장서고 있는 법륜스님도 지난주 특별법회를 통해 이럴 때일수록 ‘분노를 안으로 다스려 평상심을 되찾고 주변의 불행이나 가난한 이웃에 시선을 돌려보라’고 강조했다.
감사의 계절로 들어섰다. 이제까지 구가했던 풍요함이 테러사건 이후 추락한 감은 있지만 아직도 감사할 조건과 받은 은총, 사랑은 넘치고 있다. 내부에서 조건없이 솟아나고 있는 사랑의 샘물을 욕심이나 집착으로 썪히지 말고 이웃이나 주변사회로 흘러 넘치게 노력했으면좋겠다. jungi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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