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탈레반 정권의 뒤를 이을 연립정부 구축 등 전후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아프가니스탄 군사작전의 종결을 서두르기로 결정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은 아프간 연립정부가 구축될 때까지 군사작전을 서서히 수행하는 전략을 고려하고 있었으나 ‘먼저 승부를 보는’ 방향으로 지난주 전략을 선회했다고 국방부 관리들이 전했다. 도널드 럼스펠드 미국방장관도 22일 기자회견에서 아프간 문제가 외교로 해결되도록 미군이 군사활동을 자제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답변했다.
아프간은 1973년 모하메드 자히르 샤 국왕 체제가 전복된 이후 안정된 정부를 가진 적이 없을뿐 아니라 지난 20년간 소련침공에 맞선 항전과 그후 이어진 내전의 진통을 겪으면서 여러 종족 사이에 깊은 분열이 생기고 서로 다른 파벌을 지원한 이웃국가들의 이해관계 얽히고섥혀 국민들을 대표할 수 있는 정부를 구축하기가 어려운 나라다.
전략국제연구센터의 군사전문가 토니 코즈먼은 "아프간에 연립정부를 세우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우리는 먼저 군사적으로 승리를 거두고 나중에 정치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반군 북부동맹은 이란, 러시아와 인도의 지지를 받고 있으나 주로 소수민족인 타인종으로 구성되어 있어 아프간 인구 2,500만명의 절반을 차지하는 파슈툰족의 대다수가 이들을 혐오하는 실정이다. 북부동맹은 최근 전 아프간국왕과 전후 120명의 대표로 구성된 최고전국의회를 소집하기로 합의했으나 87세의 국왕이 실권을 행사하기는 어렵다.
한편 탈레반 정권이 미국의 공습 후 며칠내에 붕괴할 것이라는 미국과 파키스탄 군사전략가들의 계획이 아프가니스탄 내부의 예상하지 못한 사태 진전에 따라 빗나가게 됐다고 파키스탄의 더 뉴스지가 23일 보도했다.
아프간 남부와 동부의 강경파 반 탈레반 파슈툰족 지도자들이 미국 특수부대의 탈레반 군사력 붕괴 작전에 대한 협력을 최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파키스탄 정보요원들과 접촉해온 탈레반 고위 관리들도 탈레반 이후 범부족 연립정부에 참여할 의사가 있음에도 불구, 오마르의 행방을 비롯한 탈레반 지도부 관련 정보 제공을 꺼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같은 사태로 미군은 아프간 북부의 군사목표 달성에 지장을 받고 있으며 남부와 동부에서도 탈레반을 대체한 정치 및 군사세력을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한 파키스탄 정부 소식통은 "위성 유도장치를 동원한 2주간에 걸친 폭격에도 불구, 탈레반이나 알카에다 주요 지도자가 한 명도 죽지 않은 것은 기적"이라며 "이들 두 조직의 지휘부가 손상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jeanwo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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