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싸운다는 것은 자기 주장이 있다는 뜻이다. 자기 주장이 없으면 싸우지 않는다. 싸움은 자기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한 격렬한 한 마당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미국과 아프가니스탄과의 예상되는 장기적 전투는 월드 트레이드센터 테러 이후 서로 양보할 수 없는 첨예한 주장 대립의 결과다. 전혀 협상의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부시 행정부와 탈레반 정권의 숨막히는 한판의 결투가 곧 치러질 것 같다.
부부가 서로 치열하게 싸울 때 보면 마치 전쟁을 방불케 한다. 함께 살면서 공들여 쌓은 그 간의 치적들이 자살테러 공격으로 허무하게 한 순간에 무너진 쌍둥이 빌딩처럼 한번의 분노로 사라진다. 다시는 안 볼 것처럼 ‘너 죽고 나 죽자’ 또는 ‘될 대로 되라’는 식의 극단적인 태도는 결혼생활에 치명적인 상처를 남긴다.
135쌍의 부부를 1980년 이후 결혼 초기부터 매년 관찰하고 인터뷰해서 추후 10년간의 결혼생활의 안정성과 성공을 예측한 ‘클리포드 노타리우스와 하워드 마크만에 따르면 결혼생활의 실패는 부부간의 서로 다른 생각과 성격의 차이점 때문이라기보다 서로의 차이점을 잘 해결하지 못한데서 온다고 한다. 부부가 다르다고 하는 것은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여 풍성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가능성이 될 수도 있고 처참한 부부싸움의 근원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싸움 한번 안 하고 잘 지냈다고 말하는 부부가 꽤 있었다. 전통적인 한국가정에서 아버지의 주장이 항상 관철되고 어머니가 계속 양보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민주적인 동등관계를 추구하는 현대 미국사회는 누구나 자기 목소리를 갖고 자기 주장을 하도록 권장한다. 그래야 사회가 발전하기 때문이다.
부부 사이에서 어떻게 자기 주장을 할 것인가는 가정생활에서 매우 중요하다. 우리의 삶에서 가장 안타까운 것 중의 하나는 가장 사랑하는 대상을 오히려 가장 가혹하게 다룰 수 있다는 사실이다. 부부싸움은 한쪽이 승리하여 상대방을 진멸해야 하는 부시와 빈 라덴과의 전투가 아니다. 상대방 살리기를 통한 가정의 회복이 목적인 ‘동지와의 싸움’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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