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11일 뉴욕 테러참사는 미국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으면서 세상을 순식간에 변화시켰다. 미국인은 물론 한인들도 이번 테러로 생활양식이 크게 달라졌으며 자유와 인권을 최우선 순위에 두었던 미국이 지금은 안전과 보수 분위기로 완전히 바뀌었다.
첫째, 기도를 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24시간 문을 여는 교회가 많아졌고 평소에 기도를 안 하던 사람들도 기도를 한다. 미국과 세계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개인과 가족의 안전을 위해 기도하고 있으며 또한 이번 테러를 자행한 납치범들을 위해서도 기도하고 있다.
둘째, 성조기를 게양하고 국가를 외우는 사람이 늘었다.
집에 성조기를 게양하고 차에 성조기를 달고 포스터를 만들어 상가업소에 붙이는 것은 물론 성조기 패션의 옷을 입는 틴에이저도 늘었다. 예전에 건성으로 부르거나 듣던 ‘The Star-spangled Banner’ ‘America The Beautiful’ ‘God Bless America’ 등의 미 국가가 이제는 가슴에 뭉클하게 와 닿으며 우리를 자못 숙연케 한다.
셋째, 성금을 내는 것은 물론 헌혈까지 동참하는 경우가 늘었다.
소속 회사나 교회를 통해 성금을 내고 있으며 누가 강요하지 않는데도 헌혈을 자발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인들의 애국심이 불타고 있으며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의 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다.
넷째, 공항의 보안과 검색이 크게 강화됐다.
공항 사용이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공항 터미널은 주차가 되지 않아 승객은 물론 배웅하거나 영접해야 하는 사람 모두 큰 불편을 겪고 있다. 항공 여행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다섯째, 인종혐오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
아랍계와 비슷하게 생겼다는 이유로 인도계 남자가 피살되고 심지어는 히스패닉까지 억울하게 피해자가 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여섯째, 반 이민정서가 다시 미국을 주도하고 있다.
테러 전까지만 해도 히스패닉을 중심으로 한 불법체류자의 사면까지 논의했던 부시 행정부가 일시적으로 이민수속 행정의 중단까지 검토할 정도로 상황은 악화됐다.
일곱째, 미 경제가 침체일로를 겪고 있다.
관광, 여행업계는 물론 대부분의 분야에서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 테러로 인해 관광업계와 항공업계에서만 62만5,000개의 일자리가 없어질 전망이다. 이들이야말로 테러의 보이지 않는 희생자들이자 정상을 되찾을 수 없는 경제난민들이다. 경제가 언제 회복될지는 아무도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번 테러로 미국인의 애국심이 고취된 반면 이민자들에 대한 경계 수위가 높아지고 경제가 수렁에 빠졌다.
미국은 과연 어디로 가고 있는가? 모두들 불안해하고 있다.
이번 테러 희생자들에 대한 복구작업이 진행되면서 시체 썩는 냄새가 맨해턴 일대를 진동하고 뉴요커들이 삶에 대한 의욕을 잃으면서 정신적인 공황상태로까지 치닫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아예 뉴욕을 떠나는 뉴요커들도 부쩍 늘고 있다.
테러 이전과 이후의 미국은 확실히 크게 달라졌다.
그러나 엄청난 인명, 재산, 정신적인 피해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본질은 아직 달라지지 않았다. 왜냐하면 청교도들이 세운 미국은 자유와 평화를 추구하는 정신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9월11일 유나이티드 항공 뉴왁발 샌프란시스코행 탑승객들이 백악관을 목표로 했던 테러범들을 상대로 완강하게 저항, 피츠버그 인근에 추락시킨 사실 하나로도 미국은 아직 살아있음을 보여준다.
테러범들은 그들이 원하는 최대의 효과(?)를 얻었지만 미국인들의 자유와 평화를 사랑하는 정신을 죽이진 못했다. 이번 위기를 통해 미국의 외양은 크게 달라졌을지 몰라도 내면적으로는 더욱 성숙한 사회로 탈바꿈할 것이다. 많은 시민들이 미국을 위해 기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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