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 ‘제국’(帝國)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언론일 것이다.
기자도 언론에서 일한지 십수년이 되어가고 있지만 오늘날 언론은 초국가 시대에 ‘제국의 역할’을 수행하고 창출하는 권력을 원하든 원하지 않든 보유하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오늘 이 란에서 이 이야기를 거론하는 까닭은 지금의 9.11 테러사태와 같은 위중한 시점에 언론의 책임이 너무도 막중한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흔히 오늘날의 시대를 국제화,세계화시대라고 말한다. 영어로는 글로벌(Global)시대라고 하는데 세계가 글로벌화할수 있도록 묶어주는 연결고리가 언론매체다.
정보통신 수단이 상상할수 없을 정도로 급속히 발달하면서 이제 전세계인은 안방에서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거의 동시간대에 접할수 있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 한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이 언론의 보도태도, 보도 방향에 따라 전세계의 문제로 급격히 확산되어버려 엄청난 영향력을 갖게되었다.그러나 비대해진 영향력에 비해 그에따른 언론 엘리트층의 책임의식이나 뉴스의 파급효과에 대한 판단능력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것이 필자의 솔직한 심정이다.
예를들면 이번 뉴욕테러 참사의 경우 하루 24시간 뉴스만을 전문으로 보도하는 CNN과 폭스뉴스케이블의 보도방향은 ‘뉴욕과 워싱턴DC에서 일어난 사건’을 미국의 사건일뿐만 아니라 전쟁일보직전의 전세계적 사건으로 만드는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월드트레이드 센터 폭발과 붕괴장면, 테러범들의 비행기가 무시무시하고 소름끼치는 모습으로 그 높은 빌딩의 허리를 꺾어버리듯 들이받는 모습등을 수십차례씩 반복해서 보여주면서 이를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비행기에 대한 공포와 불안은 극에 달할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다 필름 연도미상의 전폭기의 출동장면, 군인들의 훈련하는 모습, 항공모함의 움직임등 전시상황을 기존사실로 받아들이지 않을수 없는 모든 장면들을 보면서 미국민뿐 아니라 전세계의 사람들이 ‘지금 당장이라도 전쟁이 돌발할것만 같은 미국의 불안함’을 지켜보고있게 된 것이다.
오죽하면 한국에 있는 친지들이 ‘미국에 전쟁이 났는데 하와이는 괜찮느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였을까. 상황이 이렇다보니 미국으로 관광을 올래야 올 마음이 들수가 없는 것이다.
아마도 부시행정부는 전략회의를 할 겨를도 없이 사태발생 초기에 언론의 보도화면을 보고 그대로 즉흥적으로 움직여갔던 것 같다. 이번 사태가 몰고올 경제적 파장이 이정도이리라고까지는 예상을 못하고 강경일변도로 치닫다가 이제 문득 뒤를 돌아보니 성급한 전면공격보다 경제가 다급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까닭인지는 몰라도 부시행정부측에서는 당초 계획을 수정해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대규모 전면전보다는 특수부대를 투입해 사태를 처리하는 특수전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럼스펠드 국방장관의 발표가 나오기도 했었다.
만일 언론도 처음부터 이번 사태가 몰고올 경제적 여파를 고려해 신중한 보도태도를 보였다면 지금 미국경제나 하와이경제가 이토록 허둥지둥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의 이 충격파는 미국의 경제구조로 인한 불가피한 흔들림보다는 국민들의 정신적 불안에 결정적으로 기인하고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언론은 사실이나 현장보도에 있어 추호도 타협과 망설임이 있어서는 안되지만 적어도 그것이 반복됨으로써 야기될 파급효과에 대한 생각만큼은 하고 있어야 한다. 그만큼 언론의 역할은 오늘날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이제 연방정부도 주정부도 더 이상 허둥대기만 할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언론도 불안과 위기를 자꾸만 확대재생산할 것이 아니라 침착하게 사태를 바라보고 냉정하게 사태수습에 대한 방법론을 고언해야 한다. 언제까지 ‘애국심’만 강조하면서 무너져가는 경제를 바라만보고 있을 것인가.
’미국이 불안하지 않다’는 것, 불행한 테러는 발생했지만 수습은 정부에게 맡기고 다른 모든 곳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다는 것을 국민들이나 전세계에 하루빨리 보여주어야만 미국경제뿐 아니라 하와이경제도 그만큼 시간을 앞당겨 살아날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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