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확기 오크 글렌 사과단지로의 초대
▶ 와인 샙등 10여종 - 맛도 제각각
사계절이 뚜렷한 도시들은 요즘 같으면 코가 쨍하는 느낌이 들만큼 가을 날씨가 상쾌한 느낌이겠지. 이에 비하면 LA의 계절 변화는 물에 술 탄 듯, 술에 물 탄 듯 영 밋밋하다. 하지만 그래도 가을은 가을인가 보다. 밤낮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고 사과, 배 등 햇과일들이 세잔느의 정물화보다 더욱 아름다운 빛깔로 우리들을 유혹하고 있는 걸 보면 말이다.
자연은 정직하면서도 신비롭다. 봄에 눈 내리듯 피었던 하얀 꽃이 지고 태양의 뜨거운 열기와 물, 그리고 대지의 영양을 흡수한 나무는 이토록 아름다운 사과 열매를 가지가 휘어지도록 맺는다.
꼬불꼬불한 산길 뒤에 나타나는 고산지대 오크 글렌(Oak Glen) 일대는 과수원 하기에 최적의 자연 환경을 갖추고 있다. LA에서 약 1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뉴잉글랜드 스타일의 이 마을에는 약 12개 정도의 크고 작은 사과 과수원들이 밀집해 있는데 9월과 10월을 맞아 탐스러운 사과가 주렁주렁 열려 수확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매년 노동절 연휴를 기준으로 시작되는 사과 시즌은 10월이면 피크를 이루고 11월말까지 계속된다.
청명한 산 공기를 머금고 자란 신선한 사과를 한 입 깨물어 본다. 아! 바삭하게 치아에 와 닿는 이 깨끗한 느낌을 무엇에다 비할 수 있을까.
파운드 당 85센트에서 1달러 25센트로 그다지 싸지는 않지만 아직 땅 끝에서 탯줄이 채 떨어지지 않은 신선한 과일을 맛보는 기쁨을 생각한다면 그리 나쁜 것만도 아니다. 직접 만들어 본 애플 사이다에서는 짙고 향기로운 사과 향이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이 지역 일대의 여러 사과 과수원 가운데 라일리 농장 (Riley’s Farm and Orchard)은 80에이커의 대지에 심겨진 1,400여 그루의 사과나무가 15톤이 넘는 사과를 생산해내는 대규모 과수원이다.
다 고만고만해 보이는 사과 종류가 10여 종류나 된다고 한다. ‘와인 샙 (Wine Sap)’은 카라멜 애플을 만드는 사과로 초록과 빨강이 거칠게 섞인 껍질에, 안은 푸른빛이 감도는 흰색이다. 그냥 먹기에는 조금 텁텁한 맛이 있다. 라일리 가족이 개발한 종자인 ‘라일리의 신비 (Riley’s Mystery)’는 아주 달고 달콤한 향기가 난다. ‘쉰수 (Shinsu)’라는 종류는 단맛과 신맛이 적당하게 섞였다. 이밖에도 레드 델리셔스 (Red Delicious), 골든 델리셔스 (Golden Delicious), 로마 레드 델리셔스 (Rome Red Delicious), 조나 골드 (Jona Gold)와 같은 다양한 종류의 사과가 있다.
그밖에도 농장에는 배, 래스베리 등의 과일과 옥수수, 토마토 등 야채도 무르익었고 핼로윈 을 앞두고 호박도 넝쿨째 굴러다니고 있다. 말, 토끼, 양 등 가축도 있어 어린이들은 신기한 동물을 만져보느라 정신이 없다. 과수원 주인인 라일리 가족들은 마치 ‘초원의 집’의 주인공들처럼 소박한 옷과 모자를 쓰고 오랜 세월을 한결같이 정직한 땀을 흘리며 살아가고 있다.
과수원 주변의 자연 경관은 무척 아름답다. 도시락으로 식사를 한 후에 후식으로 라일리 가족이 만든 사과 파이를 한 조각 먹어본다. 크러스트가 아주 고소하고 그 안의 사과는 과수원에서 딴 신선한 것이어서 그런지 그 맛이 가히 예술적이다. 항상 기분 좋게 팔을 벌리고 있는 자연에 안기어 피크닉을 즐기고 그늘에 누워 한가롭게 오수를 즐기다 보면 마음은 하늘에 떠있는 구름이 부럽지 않게 가벼워진다.
과수원은 화요일부터 일요일 사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사이에 문을 여는데 전화로 미리 예약을 하고 가는 것이 좋다. 가는 길은 10번 프리웨이를 타고 동쪽으로 가다가 Beaumont Ave.에서 내려 좌회전해 9마일 정도 더 가다보면 이 길이 자동적으로 Oak Glen Rd.로 바뀌고 오른쪽으로 Riley’s Farm 간판이 나타난다. 12261 S. Oak Glen Rd. Oak Glen, CA 92399 예약 전화 (909) 797-5145, 797-9108, 790-1024 Scott Ri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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