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 근무하는 40대 중반의 김 부장은 요즘 들어 부쩍 세상일이 시들해지고 스스로가 무기력하게 느껴진다.
특별히 병이 있는 것도 아닌데 항상 피곤함을 느끼고 자주 짜증이 나면서 아내와 잠자리도 피하고 있다.
김 부장 증상은 전형적인 남성갱년기장애. 더 정확히 말하면 ‘남성호르몬결핍증’을 겪고 있는 것이다.
서울중앙병원 비뇨기과 안태영 교수(02-2224-3732)는 "남성호르몬은 30세 전후를 정점으로 매년 1% 감소한다"며 "아직까지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40대 이후 남성의 80%이상이 호르몬부족으로 인한 갱년기 증상을 겪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예전에는 평균수명이 짧아 갱년기 증상을 겪는 기간이 짧았을 뿐 아니라 증상도 심하지 않아 가볍게 여겼다.
하지만 최근 노령인구가 많아지면서 갱년기장애로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갱년기로 의심되면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통해 건강한 중년의 삶을 챙길 것"을 조언했다.
■ 갱년기의 시작
보통 40대부터 갱년기 증상이 나타나지만 정확히 말해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분비가 줄어드는 30세 전후가 갱년기의 출발점이다.
남성 갱년기의 첫 번째 신호는 주로 성생활에서 나타난다. 80% 이상이 성욕 감퇴를 경험한다.
성 관계의 횟수 뿐만 아니라 성적인 상상력이나 환상 또한 시들해진다. 특히 발기력이 떨어지며 발기가 돼도 발기 상태를 유지하지 못해 성관계를 맺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정서가 불안해지고 지적능력이 떨어지며 활력이 부족함을 느낀다. 갱년기 남성의 80%는 만성 피로감에 시달린다.
피로감을 이기기 위해 진한 커피를 자주 마시고 술에도 의지하지만 그럴수록 상태는 악화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갱년기 남성의 70%는 우울증을 경험한다.
외관상 가장 뚜렷한 징후는 복부비만. 팔 다리나 가슴은 훌쭉하면서 아랫배가 축 늘어지는 체형은 중년 갱년기 남성의 또 다른 모습이다. 근육과 뼈도 점점 노화돼 다리가 부쩍 가늘어지고 등이 굽으며 신장도 줄어든다.
■ 활기찬 중년을 위해
자가진단을 통해 갱년기장애가 의심되면 남성호르몬 골밀도 검사 등을 받는 것이 좋다. 갱년기 증상 치료에는 호르몬 요법이 주로 사용된다.
남성호르몬을 복용하면 단순히 성기능을 치료할 뿐 아니라 골밀도 증가로 골절을 예방 근육강화 등 신체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남성호르몬제는 알약 근육주사제 피부에 붙이는 패취제 등이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혀 밑에 녹이는 약제 피하에 심는 기구 등이 개발돼 있다.
하지만 남성호르몬제는 간기능 조혈기능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특히 전립선 암을 촉진시킬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의의 진단을 받고 복용해야 한다.
남성 갱년기 자가진단표
1. 성적 흥미가 몹시 감소했다.
2. 기력이 몹시 떨어졌다.
3. 근력이나 지구력이 떨어졌다.
4. 키가 줄었다.
5. 삶에 대한 즐거움을 잃었다.
6. 슬프거나 불만감이 있다.
7. 발기 강도가 떨어졌다.
8. 운동할 때 민첩성이 떨어졌다.
9. 저녁식사 후 바로 잠이 온다.
10. 일의 능률이 떨어졌다.
*10문항 중 3개 이상 해당되면 남성갱년기로 건강유지에 관심을 갖는 것이 좋다.
박영신 기자 hellena@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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