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화가 나서 한번 더 보고 싶은 마음도 없다” “아니다. 의문이 풀릴 때까지 보겠다”
영화 ‘메멘토’에 많은 사람들을 분노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관객들의 ‘자괴감’은 마찬가지. 역순으로 진행되는 메인 스토리와 흑백의 회상 장면이 맞물려 스토리를 이해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아직도 논란중인 부분의 해석을 조세현 씨네월드 상무에게서 들어본다. 그는 이 영화의 수입과 번역을 위해 영화와 시나리오를 7차례나 검토했다고 한다.
‘새미’ 이야기는 레너드가 꾸며낸 것인가. 새미는 레너드일까.
“테디의 진술에 근거해 보자면 새미는 레너드가 맞다. 레너드의 회상장면에서 보면 새미 아내가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장면이 세 번이나나온다. 이 때 시계는 2분이 아니라 15분 전으로 돌아가 있다. 입으로는 ‘새미’라고 하고 있지만 실은 레너드 이야기라는 사실을 암시하는 것이다.”
그렇다면레너드가 아내를 죽인 것이 맞는가. 왜? “레너드가 아내를 꼬집으며 장난치는 기억은 인슐린 주사를 놓는 장면을 치환한 것이다. 레너드가 이미 처단한 범인 ‘존 G’를 계속 추적하면서 횡설수설하자 아내는 ‘남편의 진심’을 알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남편에게 인슐린 주사를 놓게 했을 것이다. 아내는 인슐린 과다 투여로 사망했다.”
레너드는자신이 단기 기억상실증이라는 것을 어떻게 ‘기억’하는가. “아마 ‘옥의 티’로 지적될 지도 모르겠다. 감독도 이 부분에 대해 답을 거절했다. 심리학자 출신의 영화평론가 심영섭씨는 “레너드의기억손실은 육체적 질환이 아니라 심리적인 문제다. 시간이 가면서 회복될 수 있다”고 말한다. 레너드의 심리가 조작된 것이며 어느 정도 기억이 회복됐으나 계속 ‘나는 기억손실증 환자’라고 속이고 있다는 얘기이다.”
이 모든전제가 ‘테디’의 진술에 따른 것이다. 그럼 테디 말의 근거는. ”레너드의 메모 ‘테디의 말을 믿지 말라’가 진실이라면 이 영화의 해석은 또 달라져야 한다. 전작 ‘미행(Following)’에서도 감독은 비슷한 얘기를 한다. 보이는, 기억되는 것이 진실은 아니라는 것이다. 레너드나 테디가 되어 영화를 감상하면 ‘퍼즐’이 주는 스트레스에서 한결 가벼워질 수 있을 것이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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