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날 마지막 홀, 어지간한 주말골퍼라도 넣을 수 있을 듯한 2피트짜리 파펏을 놓치는 바람에 천재일우의 기회를 날려버린 서른두살 남아공사나이 리티프 구슨.
실은 구슨이 그순간 그곳에 있는 것만 해도 전혀 예상밖의 광경이었다. 누구보다 구슨 자신도 몰랐을 것이다. 일요일 해프닝은 승리의 여신마저 놀란 나머지 다시 한번 살펴볼 요량으로 조화를 부린 게 아니었을까.
결론은 또다시 구슨이었다.
구슨은 19일 서던힐스 골프클럽(오클라호마주 털사)에서 벌어진 18홀 플레이오프에서 이븐파를 기록, 2오버파에 그친 마크 브룩스를 따돌리고 대망의 제101회 US오픈 챔피언에 등극했다. 상금 90만달러를 거머쥐며 개인 통산 다섯번째 우승이자 최초의 메이저대회 우승 기쁨을 만끽한 구슨은 이로써 개리 플레이어(65년)와 어니 엘스(94년·97년)에 이어 남아공 선수로는 세 번째로, 또 외국인선수 통산으로는 22번째로 US오픈 챔피언에 올랐다.
조심조심 이어진 파행진을 먼저 깨고 앞서나간 쪽은 브룩스. 그는 파4 3번홀에서 세컨드샷을 홀컵 10피트 거리에 붙여놓은 뒤 그림같은 퍼팅으로 마무리, 첫 버디를 잡아냈다. 그러나 ‘일요일의 참화’까지 겪은 구슨에겐 새삼 충격이랄 것도 없었다. 흔들린 건 브룩스였다. 구슨이 6번홀 버디로 따라잡자 7번홀에서 보기를 범하더니 9번홀에서는 티샷부터 페어웨이 왼쪽 나무뒤로 날려보내는 등 난조끝에 또 보기, 반면 구슨은 버디.
3타차로 앞선 가운데 후반에 돌입한 구슨은 10번홀에서 버디잡이에 성공, 또 보기 덫에 걸린 브룩스를 더욱 멀리 따돌리고 사실상 우승을 확정지었다. 12번홀에서는 둘 다 보기. 17번홀에서 구슨이 보기를 범한 반면 구슨은 버디를 잡았지만 추격거리가 너무 멀었다. 무려 4타차. 지옥의 마지막 18번홀. 더블보기만 피하면 된다는 안전운행을 펼친 구슨은 작전대로(?) 1타를 까먹는 데 그쳤고 더욱 공격적이 될 수밖에 없는 브룩스는 애쓴 만큼(?) 1타를 벌었다. 점수차만 좁혀졌을 뿐 승패에는 관련없는 끝내기 절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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