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즈니스 화제
▶ 토요일마다 만나는 고객-주인 관계에서 희로애락 함께하는 끈끈한 인생의 동지로
3년이나 4년마다 직장을 옮기는 젊은이들이 많은가 하면 한자리에서 꾸준히 몇십년 단골을 상대로 영업을 하는 자영업자들도 LA 주변에는 꽤 많다.
35년간 이스트 로스앤젤레스에서 ‘토니스 헤어 살롱’을 운영했던 앤토니아 패즈 몬지(57)도 그 케이스. 1960년 엘살바도르에서 이민 온 몬지가 첫 미장원을 오픈한 것은 1966년. 당시는 헤어컷에 1달러를 받았는데 지금은 10달러를 받고 있다.
그는 지난 3월 수십년 운영하던 미장원을 팔고 좀더 큰 살롱을 오픈했으나 30년 이상된 단골을 찾아 아직도 매주 토요일이면 토니스 헤어 살롱에서 고객의 머리를 만지곤 한다.
단골손님으로는 35년간 비가 오나 햇빛이 비치나 변함 없이 매주 토요일이면 나타나 편안히 머리 손질을 맡겨왔던 로라 라미레즈(83)를 빼놓을 수가 없다. 라미레즈는 토요일 매일 같은 시간 흰 상의와 바지에 꽃무늬 셔츠를 받쳐입고 나타나곤 한다. 옷차림이 한결 같아 토니(단골들은 몬지를 모두 토니라고 부르고 있다)는 라미레즈가 죽으면 그 블라우스를 달라고 농담하고 있고 라미레즈는 자신이 죽으면 토니가 머리 손질을 해줘야 한다고 진담 어린 농담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라미레즈가 검은 옷을 입고 나타나 그 날이 라미레즈의 남편이 세상을 떠난 날임을 토니는 직감적으로 알았다.
이렇듯 토니는 라미레즈가 남편을 묻는 날도 찾아왔음을 기억하고 있고 라미레즈는 토니가 이혼의 슬픔과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도 자신의 머리 손질을 해줬음을 아직 서로 기억하고 있다. 토니가 가게를 팔고 옮긴다는 소식을 전했을 때 라미레즈의 아들은 걱정이 대단했다. 모친이 토요일이면 만사를 제쳐놓고 미용실로 향하곤 했는데 그 미용실이 없어지면 모친이 심리적으로 타격을 입을 것이 뻔해서 토니에게 제발 토요일만이라도 그대로 이 미용실에서 일해 달라고 간청했다.
토요일마다 토니를 찾는 단골은 라미네즈에 그치지 않는다. 피코 리베라에 거주하는 넬리 가시아(82)는 20년째 토니를 찾고 있다. 토니가 희고 가는 머리카락에 굴곡을 만드느라고 고대기로 낑낑댈 때마다 넬리는 “이제 기적이 일어날 거야. 머리가 곧 검어지게 될 거야”라며 농담을 한다.
더 이상 운전을 못해 여동생 수잰 가시아의 운전으로 미장원에 오고 있는 넬리는 운전면허증 반납에 대해 “30년 했으면 됐지. 이젠 그만 할 때도 됐어”라고 덤덤히 받아들인다.
15년 단골인 셀리아 발렌시아노(65)는 어느 해인가 토니의 생일날 단골 20명이 길 건너편 대형 버스 편으로 라스베가스로 놀러갔던 일을 기억하기도 한다.
이처럼 토니는 고객의 머리 스타일을 만드는 동안 수십년 단골들과 사망과 이혼 등에 어린 슬픔과 기쁨을 양념처럼, 농담처럼 주고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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